▲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가 26알 오전 국회 앞에서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청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창근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자들이 회사의 소비자금융 청산(단계적 폐지) 방침에 맞서 청산을 유보하고 금융산업 여건이 개선한 뒤 재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만약 청산을 강행한다면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청산이 은행법상 인가 대상인지 결정을 머뭇대는 정부쪽에도 금융주권 사수를 위해 엄격히 감독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와 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위원장 진창근)는 26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한국씨티은행의 무책임한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 결정을 반대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2020년 임금·단체교섭 과정에서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99.14%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했다.
씨티그룹, 아시아 수익감소로 글로벌 구조조정
한국씨티은행은 25일 기업금융을 제외한 신용카드와 자산관리, 일반 고객의 여수신업무 같은 소비자금융 부문을 청산(단계적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4월 뉴욕의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13개국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을 발표한 지 6개월 만이다. 기업금융에 비해 떨어지는 수익성이 철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씨티그룹의 아시아 지역 소비자금융 수익은 10억5천500만달러(1조2천301억원) 규모로 2019년 대비 15%가량 감소했다. 제로금리가 지속한 가운데 수익률 개선이 어렵다고 보고 철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국제적 수준의 점포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방식이다. 당장 한국씨티그룹이 매각도 아닌 청산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소비자금융 고객 200만명, 관련 업무 종사자 2천500명이 갈 곳을 잃게 됐다. 진창근 위원장은 “은행창구에 예금을 찾아가겠다는 고객이 줄을 서고 콜센터로 대출만기나 신용카드 연장 같은 민원이 쏟아진다”며 “이런 고객은 물론 관련 종사자가 조만간 실업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한국씨티은행 경영진의 무능이 이런 사태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물건을 팔려는 쪽이 빨리 팔지 못해 안달이 났는데 어떤 매수자가 제값 주고 물건을 사겠느냐”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콜럼비아씨티은행처럼 매각을 철회하고 금융산업 여건이 호전한 뒤 재매각을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통분담하는 희망퇴직 합의했더니 거리로 내몰아”
한국씨티은행이 노동자와 대화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노동자 고용승계를 위해 소비자금융 부문 통매각을 강조했던 한국씨티은행 경영진은 6월 이사회에서 돌연 부분매각과 단계적 폐지를 선언했다. 이사회 직전까지 지부에 “통매각 방침”이라고 밝혔던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뒤집은 것이다.
이런 행동은 22일 이사회를 앞두고 반복했다. 진창근 위원장은 “22일 오후 4시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직장을 지키기 위해 희망퇴직 시행안에 합의했는데 경영진은 한 시간 뒤 이사회를 열고 청산을 발표했다”며 “노동자의 고통분담 노력에도 경영진이 안하무인으로 결정을 내려 노동자가 모두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금융소비자 보호” 노동자 고용안정은?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할 뿐 노동자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오전 한국씨티은행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거래질서를 유지할 계획을 제출하라는 조치명령 행사를 사전통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승계는 언급하지 않았고 은행법에 따른 폐업(청산) 인가 대상 여부는 법률검토를 통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관련 질의를 했을 때 인가 대상으로 보고 엄격한 감독을 하라는 취지였는데 고 위원장은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며 “법리적으로도, 국익을 위해서도 금융위가 인가 대상으로 보고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