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 관계자를 보호하려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을 만나 회유한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는 올해 3월22일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를 만들면서 4월14일 해산했지만, 평사원협의회노조가 협의회 사내게시판이나 이메일을 활용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정감사에서 삼성화재 인사노무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고 삼성화재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평사원협의회를 비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녹음파일에서 인사노무팀장은 “노조간부에 대한 징계가 향후 승진 등에 악영향을 줄 수준”이라며 “고발을 취하해주면 잘 이야기해 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녹음파일에서 언급하는 노조간부는 보험설계사를 조직화한 삼성화재노조 간부로, 삼성화재 직원에게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문자를 보냈다가 징계에 회부됐다. 이후 평사원협의회 회원 4명이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을 비방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들은 삼성화재의 평사원협의회 사내게시판에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을 비방하는 내용을 올려 고발당했다. 경찰이 압수수색까지 진행해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5월께 삼성화재 인사노무팀장이 오상훈 위원장을 만나 노조간부 감경을 조건으로 고발 취하를 회유한 것이다.
이수진 의원은 “평사원협의회는 2011년 삼성 노조파괴 문건에 명시된 노사협의회와 같은 조직으로, 회사 지원을 받아 노조파괴를 위해 설립, 육성된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평사원협의회 회장 22명이 모두 승진가도를 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며 현황자료를 제시했다.
평사원협의회가 3월22일 노조를 설립한 과정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드러났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평사원협의회노조의 설립이 정당했다고 하는데 법원의 결정은 다르다”며 “조합원이 135명인데 14명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규약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해 졸속 처리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크다는 결정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일 삼성화재노조가 제기한 단체교섭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노조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판단했다.
오상훈 위원장은 “평사원협의회를 노조로 인정하면 앞으로 삼성그룹 모든 곳에서 같은 상황이 되풀이할 것”이라며 “겨우 노조의 싹을 틔운 삼성 노동자를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