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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광주지역본부] 광주형 일자리 ‘상징’ 지우는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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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77회 작성일 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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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상징’ 지우는 광주시?
23일 광주시, 광주상생일자리재단 광주경제진흥원과 통합 발표
노동계, 재단 ‘고유의 기능’ 약화 우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3일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광주시 공공기관 구조혁신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광주광역시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3일 오전 시청 브리핑실에서 광주시 공공기관 구조혁신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광주광역시

노동에 “국가가 베푼 것은 국가가 다시 가져가기 쉽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노동이 정책 등 결정 과정에 논의 주체로 참여하면 과정이든 결과든 정부나 기업이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노동이 더 많은 참여를 위해 분투하는 이유 중 하나다. *“What the state has given, the state an take away”(Howell, 2012)

상생형 일자리의 출발,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이 대화 테이블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싸워온 결과였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노동을 배재하며 속도를 낼 때마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끝내 “협약 파기”까지 선언하면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그 결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양극화 해소에 대한 해법을 지역 ‘사회적 대화’를 통해 모색한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민선 8기 광주시(시장 강기정)는 사회적 약속인 광주형 일자리 지우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든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을 광주경제고용진흥원과 통합하겠다고 지난 23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민선 8기 광주시 공공기관 구조혁신’의 일환이다. 

외부 변화에도 쉽게 깨지지 않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참여를 포기하지 않았던 지역 노동계는 앞선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를 상징하는 거버넌스 기구를 사실상 자의적으로 없애는 행태이자, 광주형 일자리 자체에 대한 훼손”이라며 반발했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이 광주형 일자리의 지속·발전을 위해 왜 필요했는지, 또 재단이 지역 노동계에는 어떤 의미인지 다시 짚어봤다. 

광주글로벌모터스에&nbsp;전시돼&nbsp;있는&nbsp;양산&nbsp;1호&nbsp;캐스퍼&nbsp;차량.&nbsp;차량&nbsp;위에는&nbsp;광주형&nbsp;일자리&nbsp;노사민정&nbsp;주체들의&nbsp;서명이&nbsp;적혀&nbsp;있다.&nbsp;ⓒ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nbsp;<br>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전시돼 있는 양산 1호 캐스퍼 차량. 차량 위에는 광주형 일자리 노사민정 주체들의 서명이 적혀 있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어떻게  탄생했나?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광주시는 지역이 꾸준히 생동하려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시대적 과제인 ‘양극화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해법을 찾는 방법은 사회적 대화였다. 왜 사회적 대화였을까. 광주형 일자리의 최초 제안자인 박병규 광주시 광산구청장은 “대화와 참여는 그 자체로 불평등을 줄이고 격차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도 필요하다”며 “또 참여해 대화하는 일은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살펴보는 성찰적 행동을 동반하기에 이는 사실상 지역자치, 지역분권, 주민자치”라고 설명했다. (《공장으로 간 철학소년》, 2012) 이러한 출발은 광주형 일자리가 단순한 일자리 창출 모델이 아닌 ‘지역혁신 운동’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광주시는 2014년 9월 광주형 일자리 추진 전담 조직 ‘사회통합 추진단’을 만들었다. 2015년엔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에 관한 연구’에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방향이 설정됐다. 이를 토대로  2016년 7월부터 ‘더 나은 일자리 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가 이뤄졌다. 사회적 대화 끝에 ①적정임금 ②적정노동시간 ③노사책임경영 ④원·하청 관계 개선이라는 4대 의제가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담겨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2018년 6월 현대차는 광주시에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고,  2019년 1월 부분 수정된 4대 의제가 담긴 ‘노사상생발전협정서’가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체결됐다. 2019년 1월 광주시와 현대차는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노사상생발전협정서는 투자협약의 부속서류로 첨부됐다. 2021년 9월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작 설립한 완성차 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경형 SUV 캐스퍼를 시장에 선보였다. 지역 주체들이 꼬박 7년 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온 결과였다.

캐스퍼가 도로 위를 누비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현대차와 투자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가 배제되면서 광주형 일자리는 삐걱댔다. 2018년 9월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광주시의 밀실협상을 지적하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불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원탁회의 등 사회적 대화 공간이 확보되면서 광주형 일자리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다 2020년 4월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노사상생발전협정서 파기를 선언했다. 노동계가 GGM에 노동이사제 도입, 원하청 및 지역사회와 상생방안 등을 요구했으나, 이런 요구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사정은 다시 대화했다. 대화 결과 노동의 참여를 강화·보장하는 ‘광주형 노사상생의 완성차공장 성공을 위한 합의서’가 도출됐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이 합의에 근거한다. 합의서엔 광주시가 ‘광주 노동정책 전반의 실효성 확보를 뒷받침하고 광주시 노동정책 수행역량과 노동관련 시설의 운영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을 설립해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공장 내부에는 GGM이 (공장 내 상생협의회 구성 전까지) 노사상생발전협정서의 성실한 이행, 노동존중 상생경영의 실천, 지역사회와 원활한 소통 등을 위해 노사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생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계는 상생일자리재단과 상생위원회를 통해 최소한의 참여 통로가 확보됐다고 판단해 사업 불참 선언을 철회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GM을 만드는 과정에서나, 그 이후에도 문제가 됐던 점이 노동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라며 “노동이 크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동이사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GGM 내에선 상생위원회, 밖에선 상생일자리재단이 만들어졌다. 결국 노동이 협약 파기까지 선언하면서 참여를 부르짖다가 이 정도로 타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 나온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에 관한 연구’의 책임 연구원이었다.

 ⓒ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지난 7일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사회적 합의 파기하는 상생일자리재단 통합을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광주상생일자리재단 기능 상실?
“광주형 일자리 포기”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광주시가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의 본래 기능을 살리지 않는다면, “광주형 일자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출발 키워드는 지역의 ‘지속가능성’이고,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광주형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설립됐기 때문이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우선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이행을 뒷받침해야 한다. 2021년 당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일자리기획단은 “노동계의 참여 채널의 부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대두되면서 노사상생발전협정서의 충실한 이행과 광주시 노동정책의 충실한 실행을 염두에 두고 광주상생일자리재단 기구 운영방안을 모색하게 됐다”며 “이는 새로운 노동시장 거버넌스 실행체가 작동하게 하는 시도로써 의미가 있다”고 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추진현황 분석 및 발전방향 연구〉, 2021)

윤종해 의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완성차 공장에 비해 평균임금을 낮춘 대신 중앙·지방정부의 복지 지원으로 사회임금을 높였다. 그럼 이 사회적 임금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약속했던 원하청 임금 격차는 어떻게 줄일 것인가 등에 대해 재단에서 연구와 토론이 더 필요하다”며 “또 애초 GGM 하나에 일자리만 만들 것이었으면 재단은 필요 없었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며 발전시킬지 전문가 집단에서 꾸준히 목소리 내주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찬 광주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도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하나로 끝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 즉, 광주시에 노동이 존중받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의 취지”라며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광주형 일자리의 지속을 위한 상징성이 강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광주일자리재단은 앞서 일자리위원회의 보고서에서 언급됐듯 ‘새로운 노동시장 거버넌스’로서 역할이 기대됐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에는 단순히 일자리를 몇 개 창출하는 차원이 아니라 일터를 계속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 이것이 일자리 개혁의 상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외적 거버넌스로서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재단에서는 지속적인 일터혁신을 위해 필요한 여러 쟁점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참여와 협치의 관행을 만들자는 것이 거버넌스로서 재단 설립의 취지인 것이다. 따라서 광주형 일자리의 오른팔이 GGM이라면 왼팔은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종해 의장은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앞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를 지역 내 노사 갈등에 대한 사적 조정 기능도 가진다”며 “GGM에서도 현재는 투자협정서에 따라 누적 생산 목표대수 35만대 달성까지는 노동조합과 임단협을 하지 않고 (노사협의회 격인) 상생협의회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 약속이 끝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를 재단에서 사전에 조정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정문에 위치한 ‘상생의 일터’ 비석&nbsp;ⓒ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br>             광주글로벌모터스 정문에 놓인 ‘상생의 일터’ 비석  

노동의 참여 돕는 싱크탱크

무엇보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노동을 정책적인 측면에서 지원함으로써 노동의 더 깊은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윤종해 의장은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을 우리가 요구했던 이유는 노동에 조언을 해줄 전문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론, 학술적으로 노동을 뒷받침해줄 인적 자원이 지역엔 많이 부족하다”며 “그래서 광주지역 노동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노사 갈등을 어떻게 사전 조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노동과 함께 고민해줄 전문가 집단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에는 노동, 노사관계 전문가가 많지 않다. 특히 지역은 더 없다”며 “서울연구원, 경기연구원도 인사를 전공한 연구원 한 명 정도가 노동 이슈를 커버하고 있다. 그 외 지역은 노동 연구 기반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에서 정원이 채워지기도 전에 통합 이야기가 나와서 안타깝다”고 했다.

따라서 노동계 입장에서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의 본래 기능 상실은 광주 노동의 지속가능한 참여를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곧 광주형 일자리의 발전 저해로 이어진다. 

일자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의 참여 확장이며, 향후 노동계 참여와 협력 등 일터혁신 실행 여부가 쟁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만이 민주화가 아니다. 삶의 영역, 일터 등에서 민주화가 필요하다. 이 맥락에서 광주시가 굳이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고용 서비스, 정책 서비스 영역에서 역할보다 노동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며 “광주형 일자리의 전반적인 평가, 앞으로 기획 과정에서 노동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통합 광주상생일자리재단
기능 얼마나 유지되나?

한편 광주시는 광주상생일자리재단과 경제고용진흥원을 통합해 오는 4월 말 기능 조정을 거쳐, 6~7월 중 경영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의 애초 의미와 기능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일 한국노총 정책자문단회의에서 “광주상생일자리재단 같은 기구는 노동의 참여를 토대로 복합대전환 시대에 지역에서의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싱크)탱크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발휘해 갈 수 있는 소중한 교두보”라며 “광주상생일자리재단 같은 류의 거버넌스체는 없애기는 쉽지만, 만들긴 쉽지 않다. 그것이 지역고용진흥원 수준으로 폄하된다면 그 자체로 노동참여적 지역전환의 기회는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노총이 광주형 일자리의 완성을 추구한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 갔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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