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월례비를 받은 건설기계 조종사의 면허를 법원 확정판결 없이도 최대 1년간 정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3월부터 건설기계 조종사가 월례비를 받거나 작업을 전면 거부할 경우 법원 확정판결 없이도 면허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건설기계 조종사의 국가기술자격 행정처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국토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의 후속조치다.
현행 국가기술자격법은 조종사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거나 품위를 손상시켜 공익을 해치거나 타인에 손해를 입힌 경우 국토부가 자격취소 또는 일정기간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자격정지 대상이 되는 불법·부당행위 유형을 △월례비 등 부당한 금품수수 △건설기계를 사용한 현장 검거 등 공사방해 △부당한 태업 등 성실의무 위반으로 구분했다.
위반 횟수에 따라 제재를 차등화한다. 1차 위반을 할 경우 3개월, 2차 위반시 6개월, 3차 이상 위반시 12개월의 자격정지를 한다.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월례비 수수와 작업 거부를 품위유지 위반으로 본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법원에서 월례비를 임금 성격을 갖는 돈이라고 판결했고, 합의에 의해 주고받은 것인데 이를 품위유지 위반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정부의 월례비 근절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는 27일 건설사에 “월례비를 받지 않는 대신 위험한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김준태 노조 교육선전국장은 “당연히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작업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월례비를 근절하겠다고 하면서 위험한 작업을 계속 하라는 것”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건설사가 공사기간 단축이나 위험한 작업을 요구하는 대가로 월례비를 지급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어떻게 제재를 할 것인지는 언급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홍철 국토부 건설산업과 팀장은 “절차를 거쳐 내용을 확인한다”며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홍 팀장은 “사측은 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면허를 가진 조종사가 월례비를 요구할 경우 면허 정지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부당행위 근절대책에서도 건설노동자의 불법행위를 유형별로 구분하고 신속한 제재를 강조하면서 근거까지 마련했지만, 건설사 불법을 바로잡을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