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 감시와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고용노동부가 이를 전담할 국장급 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노동계 반발에도 노조 회계 공시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통한 노조 처벌, 노동시간 유연화를 강행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선 것이다. 노사갈등을 중재·조정해야 할 정부가 노정 또는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시간 개편·노조 불법행위 근절”
여론 뭇매에도 ‘노동개혁’ 완수 의지
정부는 4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기존 공공노사정책관을 없애고 노동개혁정책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했다. 이달 11일 공포·시행 예정이다.
그간 노동개혁 업무를 추진해 온 임시조직 임금근로시간정책단과 노동현안추진단은 노동개혁정책관 신설로 임무를 마친다. 노동개혁정책관은 노동개혁총괄과·노사관행개선과·임금근로시간정책과·공공노사관계과 4개 부서로 나뉘어 운영된다.
이 중 임금근로시간정책과와 노사관행개선과는 한시조직으로 2년간 운영된다. 두 개과는 근로시간 개편, 노조 불법행위 점검·노조 회계투명성 강화 등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정책을 추진한다. 한시조직 신설로 정원도 한시적으로 11명 증원한다.
노동개혁총괄과는 노사 및 노동개혁 정책 수립·총괄을 맡고, 공공노사관계과는 공공부문 노사관계 관련 정책 등을 수립한다. 기존 공공노사정책관이 맡던 업무다.
노동부는 “올해를 노동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가시적 성과 도출을 위해 노동개혁 컨트롤 타워인 ‘노동개혁정책관’을 신설한다”며 “노동개혁 과제들을 통일된 전략 아래 일관성 있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관료·학자 중심 노동정책, 동력 잃을 것”
그동안 노동부 노동정책실은 △노사협력정책관 △근로기준정책관 △공공노사정책관으로 나눠져 운영됐다. 그런데 노동계를 자극하기 십상인 노동개혁정책관을 신설하고 공무원·교원·공공기관 노사관계를 총괄했던 공공노사관계를 폐지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노동계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밀어붙이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조정·협력 중심의 정부 노사관계 정책이 편향적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정책을 추진할 때 특정 부서를 만들어 집중하기보다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끌고 나가려 했지만 현재는 사회적 대화가 생략된 상태로 노동부에 미션(임무)이 집중되는 듯 하다”며 “현재 벌어지는 일련의 시행착오와 정책 불안정성이 컨트롤타워 신설로 해소가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는) 노동개혁 어젠다를 관료·학자 중심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데 정교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고, 현재 실태조사를 통한 (정책) 정당성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공노사정책관이 공공노사관계과로 축소하는 데 우려도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경영학) 교수도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정부가 늘 조심스럽게 보고 신중하게 대화해야 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뇌관 같은 것”이라며 “공공노사정책관을 공공노사관계과로 축소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공공부문은 노조 조직력이 높은데다, 국민생활과 직결돼 있고 민간부문과 달리 명분을 가지고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