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사장님 오는데 청소 안 돼”
수습직원 근무평정 최하 ‘가’ 등급 줘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중부발전서비스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중부발전서비스는 2020년 11월 A씨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3개월간 수습기간을 시행했다. 그런데 회사 현장소장 B씨는 석 달이 지나지 않은 이듬해 2월께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A씨가 ‘수습직원 근무평정표’의 대부분 항목에서 최하 수준인 ‘양’이나 ‘가’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A씨는 청소 미흡 지적에 개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2021년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모회사(중부발전) 사장님이 오늘 방문하니 현관 입구 등을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는데 청소가 전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어제 청소했다. 다시 하겠다”고 답했다. 청소 지적은 계속됐다. B씨는 “(청소) 사진을 확대해 보면 녹이 올라온 것들이 그대로 있다. 모회사 사장님이 순시 중이니 다시 닦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붉은 공사 안전봉이 비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계약이 종료되자 A씨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채용거부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정했다. 더불어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2021년 11월 소송을 냈다.
법원 “최하 등급 정도 아냐, 객관적 평가 없어”
노동자측 “인사검증 부족, 자의적 운영 가능”
법원은 부당해고라며 중노위 판정을 유지했다. 수습 평정 ‘가’ 등급이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수습직원 근무평정표’는 ‘근무성적 평정표’를 토대로 하는데 서로 평가가 다르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무성적 평정표의 ‘협조성’ 항목 점수가 상승한 데 반해 수습직원 근무평정표의 등급은 ‘가’ 등급으로 하락했다”며 “수습직원 근무평정표 평가 내용이 객관적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A씨가 다리 불편을 호소함에 따라 ‘건강상태’ 항목도 ‘가’ 등급을 부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학적 근거 없이 최하위 등급을 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었다면 3개 건물에 단독으로 배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모든 항목에서 ‘양’ 또는 ‘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거나 B씨가 지속해서 계도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측이 노동위에 업무미숙의 근거로 제출한 사진도 A씨가 청소한 구역이 아니었다는 부분이 재판에서 밝혀졌다. 재판부는 “B씨는 해당 사진이 다른 직원이 경비동에 근무할 때 찍은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며 “실제로는 A씨가 업무를 한 내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통지서에 사규만 나열됐을 뿐 계약종료 통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B씨가 계약종료를 통지하면서 “모든 걸 통틀어서 같이 하기는 좀 힘들다는 얘기”라는 취지로 말한 것은 구체적인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를 대리한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는 “A씨는 부당한 지적에 정당성을 주장하자 업무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해고했으나 모두 허위사실로 밝혀졌다”며 “현장소장의 허위주장으로 A씨는 오랜 시간 고통받았다. 체계 없이 자회사를 설립한 것이 원천적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