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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 이 주의 노조 : 전국보조출연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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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897회 작성일 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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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 이 주의 노조 : 전국보조출연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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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IT노련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위원장 문계순)이 엔터테이먼트사 아이오케이컴퍼니(대표이사 장진우)와 2일 ‘보조출연자의 근로자 공급계약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드라마‧영화 제작에 보조출연자(엑스트라)가 필요할 경우 보조출연자노조는 공급자로서, 아이오케이컴퍼니는 고용자로서 적극 협력하기로 한 겁니다. 문계순 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은 인력공급업체를 거치지 않고 조합원을 직접 공급하기로 약속한 이번 업무협약을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평했습니다. 보조출연자노조는 지난 5년간 조합원을 직접 공급하고자 노력했는데요, 문계순 위원장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2일 열린 '아이오케이컴퍼니-전국보조출연자노조 드라마‧영화 보조출연자 고용 위한 업무협약식'. (좌)문계숙 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과 (우)장진우 아이오케이컴퍼니 대표이사 ⓒ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2일 열린 '아이오케이컴퍼니-전국보조출연자노조 드라마‧영화 보조출연자 고용 위한 업무협약식'. (좌)문계순 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과 (우)장진우 아이오케이컴퍼니 대표이사 ⓒ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 이번 업무협약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앞으로 아이오케이에서 작품을 만들면 우리 노동조합에서 직접 조합원을 보조출연자로 공급할 수 있어요. 보조출연자노조는 2016년 9월에 근로자 공급사업자로 허가받았어요. 촬영 현장에 직접 조합원을 공급하려고요. 인력공급업체를 거치지 않으면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를 내지 않고 온전히 출연료를 가져갈 수 있거든요. 보조출연자는 소위 기획사로 불리는 인력공급업체에 등록돼 있어요. 인력공급업체를 통해서 일을 받는데,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를 많게는 30%까지 떼이기도 해요. 심지어는 일을 받기 위해서 업체에 상납하는 경우도 있어요.

- 그간 조합원을 공급한 사례가 있나요?

아니요. 노동조합이라는 이유로 업계에선 보조출연자 공식 에이전시로 인정하지 않았어요. 5년간 수많은 엔터테이먼트사에 홍보를 했는데 누구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일을 받기 힘들어요. 그러다 이번에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된 거죠.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장진우 대표도 보조출연자 고용시장이 이토록 혼탁한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밝고 투명하고 깨끗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모범적인 노사 상생 모델을 만들고자 이번 업무협약을 체결한 거고요.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깜짝 놀란 일이에요.

-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위장 도급을 뿌리 뽑는데 최선봉에 서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노동부 업무 매뉴얼상 보조출연자는 파견법을 적용받아야 하지만, 용역으로 일해요. 방송사나 제작사가 기획사와 용역계약을 맺거든요. 보조출연자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만 봐도 분명히 파견근로자예요. 촬영장에서 PD나 감독이 보조출연자에게 일일이 지시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기획사 소속인 ‘반장’이 보조출연자 인솔을 담당하는 거예요. PD나 감독의 요청에 따라서 보조출연자를 여기저기 배치해요. 실질적으로 보조출연자는 PD나 감독의 지시에 따라서 일하는 거죠.

현장을 모르는 사람은 반장이 보조출연자를 인솔하기 때문에 용역계약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반장과 보조출연자만 있으면 촬영이 될까요. 감독의 큐 사인에 따라서 시작과 끝이 정해지잖아요. 당연히 파견근로자로 봐야죠. 그러면 보조출연자를 쓰려는 기획사는 파견사업 허가를 받아야 해요. 그런데 근로자 파견사업자가 되면 4대보험료를 부담해야 하잖아요. 그 돈 내주기 싫어서 용역처럼 보조연기자를 쓰고 있는 거예요. 5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잘못된 관행이죠.

-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싸우고 있어요.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보조출연자가 파견근로자인지 용역인지 확실히 해달라고 진정을 넣었어요. 그런데 용역이라고 답이 온 거예요. 방송사와 용역계약을 했기 때문에 용역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어요. 그래서 남부지청에 한 번이라도 현장에 가봤느냐, 계약서만 보고 판시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어요. 법적으로도 계약서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업무 형태를 보고 판단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도 남부지청에선 용역으로 봐요. 그래서 제가 답답해서 두 번이나 노동부를 갔다 왔어요. 핑퐁만 치더라고요. 이거는 문체부 소관이다, 그래서 문체부로 가니까 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관이라고 하고. 노동조합이 풀어야 할 과제예요.

ⓒ 문계숙 위원장
ⓒ 문계순 위원장


- 노동조합 출범 이후 지금까지 위원장을 맡고 계신데요, 왜 노동조합을 결성하셨나요?

제가 노동조합을 만들고자 결심한 계기는 현장의 언어폭력 때문이었어요. 2006년 KBS에서 방영된 <서울 1945>라는 드라마의 경남 합천 세트장에 투입됐을 때예요. 공영방송이랑 하는 작품이라서 노동조건이 좋을 줄 알았어요. 근데 반장들 하는 행동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 반장들이 보조출연자를 어떻게 대했나요?

그냥 ‘이리로 모여라’, ‘줄 서라’ 말하는 게 아니라 ‘이 새끼, 저 새끼’ 욕하면서 관리하더라고요. 자기보다 한참 나이 많은 50, 60대의 보조출연자들에게도 막말을 하고요. 기계나 소나 말처럼 취급하는 거예요. 이게 뭔가 싶었죠. 두 달 만에 촬영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버스에서 보조출연자들끼리 ‘좋아하는 일을 욕먹어가면서 할 순 없다. 뭔가 해야 한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새벽 2시쯤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 도착한 뒤 보조출연자 50명 정도가 해 뜰 때까지 얘기를 나눴어요. 국회에 가서 얘기하자,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자는 등 여러 의견이 오갔어요. 그때 제가 ‘우리가 노동자니까 노동자로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해보자’고 얘기했어요. 개별적으로 얘기하면 앞으로 일을 못 하게 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잖아요. 개인이 하기 어려우니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모여 있던 50명이 동의하며 위임장에 서명했어요. 그때 시간이 첫 차가 다닐 때니까 오전 5시 정도였어요. 시간 되는 사람은 오전 9시까지 KBS 별관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는데 8명이 왔더라고요. 다리 건너갈 것 없이 가까이에 있는 한국노총으로 갔어요. 그렇게 보조출연자들의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고, 당시 찾아갔던 8명이 다들 위원장, 사무국장, 감사, 부위원장 등의 감투를 써버렸죠. 하하. 그러고는 2006년 9월 11일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받았어요.

- 당시에 노동조합 결성을 강조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70년대에 ‘공순이’로 일하던 시절 노동운동을 했어요. 여공들이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를 이뤄낸 원풍모방노동조합에서 3년은 대의원으로, 3년은 상집간부로 활동했죠.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그때 알았죠. 그 후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다가 51살에 보조출연자로 일하면서 다시 사회로 나왔어요. 70년대에 아무것도 모르는 ‘공순이’와 ‘공돌이’가 노동운동을 하고선 30년이 지났으니 노동조건도 상당히 좋아졌을 거로 생각했는데, 실상은 완전히 달랐던 거죠.

- 노동조합 출범 이후 어떤 게 달라졌나요?

일단 그전보다 현장의 언어폭력이 줄어들었어요. 2012년 10월부터는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적용받고 있고요. 또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아요. 예전에는 오가는 시간이 10시간이라도 안 쳐줬거든요. 어느 날 그냥 생긴 것들이 아니라 우리가 투쟁해서 얻은 결과예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함께 깨끗한 작품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과 보조출연자 공급계약을 맺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조합원은 지금보다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일할 수 있고, 업계 전체에선 혼탁한 관행과 갑질 등이 줄어들 거로 기대해요. 또 노동조합에도 큰 힘이 될 거예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일을 잘 못 받다 보니 모이는 조합비가 정말 ‘애들 껌값’ 정도거든요. 노동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은데, 앞으로 잘 되길 바라요. 한번에는 안 되겠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하나하나 이뤄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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