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북도 출연기관인 충북테크노파크가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팀장을 팀원으로 전보한 것은 부당인사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충북테크노파크 홍보동영상 갈무리>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팀장을 다른 부서의 팀원으로 강등한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이 “부당한 인사조치였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 8개월 만에 시작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재단법인 충북테크노파크가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인사명령 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단이 지난 1월 소송을 낸 지 8개월 만이다. 재단은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화우에 소송을 맡겼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 원장에 ‘신속 징계’ 요구
가해자 ‘견책’ 징계받자 자진 퇴사, 이후 조직개편 단행

재단의 정책기획단 B팀 팀장인 A씨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평범하게 회사에 다녔다. 그런데 2019년 10월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며 그의 회사 생활에 풍파가 불어닥쳤다.

직속 부서장인 C씨가 2018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원을 특정 부서에 배치하려고 시도한 사실을 알아챈 A씨는 C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A씨를 업무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등 ‘직장내 괴롭힘’이 시작됐다.

이에 A씨는 2019년 10월 사내 고충처리시스템을 통해 C씨를 재단에 신고했다. 하지만 재단은 신임 원장이 취임한 12월 이후에야 조사에 착수했다. 인사위원회는 C씨에 대해 지난해 3월11일 ‘견책’을 의결했다. A씨는 원장에게 신속한 징계 조치를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다음날 재단은 처리 결과를 A씨에게 통지했다.

그런데 C씨는 징계처분 직후인 4월9일 자진 퇴사해 버렸다. 회사의 태도 역시 180도 변했다. C씨의 퇴사 나흘 만에 사측은 B팀의 명칭을 변경하고 업무 일부를 타 부서로 이관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A씨는 다른 팀의 팀원으로 전보됐다. 당시 팀장에서 팀원으로 이동한 직원은 A씨가 유일했다. 사측은 A씨의 전보로 인해 공석이 된 팀장 자리에 B팀 팀원을 앉혔다. A씨는 자신이 원장에게 신속 조치를 요구한 것이 ‘보복성 인사’로 이어졌다며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반면 재단은 A씨와 유사한 인사명령이 최근 5년간 11건 정도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지노위·중노위 “업무상 필요성 없어” 부당인사 판정
법원 “조직개편 ‘오비이락’ 아니란 점, 재단이 입증하라”

충북지노위는 재단의 인사명령에 ‘업무상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신청을 인용했다. 지노위는 “원장이 A씨에게 ‘인사명령의 사유는 A의 책임감 없는 행동 때문’이라고 언급한 점을 볼 때 인사명령이 조직개편에 따른 업무상 필요성에 근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가 받은 ‘생활상 불이익’도 크다고 봤다. 재단은 A씨가 전보된 이후 보직수당보다 많은 ‘시간외근무수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A씨는 매달 보직수당 60만원의 금전적 불이익이 발생했고, 이는 A씨의 월급이 460여만원임을 볼 때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벗어나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시간외근무수당은 비고정적 수당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중노위도 지난해 12월 초심을 유지했다. 중노위는 재단이 팀원으로 인사명령한 것은 직책의 강등이 수반된다고 봤다. 또 사전에 어떠한 기준도 공지하지 않았고 대상자 선정에 관한 평가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에 불복한 재단쪽은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서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재판부는 “재단의 핵심 주장은 조직개편 필요성인데, ‘오비이락’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쪽은 조직개편과 관련한 서면을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A씨를 대리한 조민지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재판 직후 “팀장에서 팀원으로 전보하는 인사명령은 폭언·욕설 등 특수한 경우에 이뤄져 왔다”며 “A씨가 팀원으로 배치될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은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도 “A씨에 대한 전보는 징계성 조치로 인사권 남용”이라고 했다.

다음 재판은 11월26일 속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