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노조가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 설립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자료사진 삼성화재노조>


법원이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삼성화재노조(위원장 오상훈)가 제기한 교섭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활용되던 ‘평사원협의회’가 노조로 전환한 단체다. 노조설립 초기부터 삼성의 새로운 노조 무력화 작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평사원협의회와 노조 인적구성·직함까지 일치”

5일 한국노총과 금속노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50민사부(재판장 송경근)는 지난 3일 삼성화재노조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삼성화재가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다만 사측이 단체교섭을 할 경우 1회당 500만원씩 삼성화재노조에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간접강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은 “평사원협의회노조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보완요구에 따라 규약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임시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있는지 강함 의심이 든다”며 “노조설립 과정에서 절차적 흠결이 중대해 무효로 볼 여지가 매우 크다”고 결론 내렸다. 노조 규약을 변경하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6조에 따라 총회에서 재적조합원 과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했는데 이 같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서울지방노동청의 노조 규약 보완 요구를 받은 지 하루 만인 3월26일 규약을 보완해 제출했다.

재판부는 “평사원협의회노조가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표현했다. 그 근거로 평사원협의회 설립 후 진성노조의 설립을 사실상 저지해 왔고 그 과정에서 삼성화재에서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점, 평사원협의회와 올해 3월22일 설립된 평사원협의회노조의 의사결정 및 집행기관이 인적구성·구체적인 직함까지 모두 동일한 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삼성화재노조가 주장한 내용 대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삼성화재노조 “6일 교섭요구 하겠다”

법원 판결로 평사원협의회노조와 삼성화재의 모든 교섭절차는 중단된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지난 4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한 후 회사와 교섭을 이어 왔다. 지난달 잠정합의안을 마련했고, 2차 조합원 찬반투표 끝에 가결된 상태다.

삼성화재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6일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평사원협의회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교섭대표노조는 삼성화재노조가 될 확률이 크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법원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하면 교섭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써는 항고할 가능성이 높다.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가처분 신청의 경우 처분을 내렸던 법원이 또다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삼성화재가 이의신청을 해도 인용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오상훈 위원장은 “사측은 불법·편법 노조파괴 행위를 중단하라”며 “평사원협의회의 노조 전환을 유도·조장·지원·방치함으로써 68년 만에 자주적으로 설립된 삼성화재노조 무력화를 추진한 것에 대해 대표이사가 직접 교섭자리에 나와 전 직원들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또 △평사원협의회 홈페이지 폐쇄 △전·현직 평사원협의회 간부에 대한 특혜 중단 △전 직원 메일발송 등 노조의 정당한 홍보 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다.

한편 지난 7월 삼성화재노조가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 설립무효 소송은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