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민정 수원시, 법·제도의 빈틈을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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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849회 작성일 21-09-10본문
우리 동네에서도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역 노사민정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의 경제 및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기구인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다. 광역 17개 시·도 전체, 기초 226개 시·군·구 중 140곳(62%) 총 157개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운영 중이다.
서로 다른 지역 노사민정이 중앙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기 위해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우리는 잘 모른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치열한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걸음을 <참여와혁신>이 소개한다. 두 번째는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다.
경기도 수원시는 노사민정협의회 운영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지역 중 하나다. 수원시에서 노사민정 협력이 가시화된 첫 장면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998년 만들어진 ‘경제살리기 수원시민협의회’다. 이 활동을 이어받고 2007년 고용노동부의 재정 지원을 발판으로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가 2010년 시작됐다.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는 11년간 고용노동부의 노사민정 협력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기초지자체로 6번이나 선정됐다. 그 배경으로 노사민정이 쌓아온 협력의 시간뿐 아니라 2010년부터 3선째 시장직을 맡아온 염태영 수원시장의 의지가 꼽힌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입장에선 지역 사회적 대화에 안정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기 어렵다 보니, 협의회 위원장인 지자체장의 의지가 협의회 활성화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의 안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이제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는 시 노동정책과와 협력하며 노동정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수원시 노사민정 대표들이 지난해 노동절을 기념해 ‘수원시 노사민정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 수원시
노사민정, 법·제도의 틈을 채우다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는 사회안전망 밖 노동을 보호하는 데 노력해왔다. 김병기 사무국장은 “협의회가 노동과 고용의제를 모두 다뤄야 하는데도 아직까진 더 취약한 미조직,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에 중심을 두고 활동했다. 안정적인 노동이 전제돼야 고용도 잘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는 공동주택 경비·미화노동자들의 쉴 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을 2012년부터 발 빠르게 도입했다. 쉴 곳이 마땅치 않았던 노동자들은 ‘우리 아파트에도 해 달라’며 협의회 사업을 반겼다.
긍정적인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수원시는 2016년 ‘시주택조례안’을 개정해 공동주택 경비·미화노동자의 휴게쉼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국토교통부도 2020년 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규칙’을 개정했다. 경비·미화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시작한 노사민정 사업이 수원시 정책, 나아가 국가 정책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최근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일터를 떠날 수 없는 필수노동자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수원시 노사민정 대표들은 지난해 공동선언문을 통해 “재난상황에서도 사회기능과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업무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필수노동자 보호·지원을 위한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병기 사무국장은 “올해부터 필수노동자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필수노동자 범위나 지원방향 등도 사회적 대화로 풀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프리랜서 강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김병기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이후 문화센터 등에서 일하던 강사들의 수입이 제로가 됐다. 언제 개강할지도 확실하지 않아 다른 산업으로 선뜻 진입하지도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몇몇 분들은 계약을 체결해 온라인에서 강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는 ‘분쟁갈등조정 SOS팀’을 운영해 노사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SOS팀을 통해 노사 간 입장차를 조율하고, 시나 정부 차원에서도 해결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SOS팀엔 수원상공회의소, 한국노총수원지역지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협의회 사무국장 등이 함께하고 있다.
주요 사업을 전한 김병기 사무국장은 “노사민정협의회는 법이나 조례로 규정되지 않은 노동, 고용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먼저 캐치해서 이를 의제화하고 지역 주체들이 논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노사민정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논의하고, 방법을 찾아 나간다”고 노사민정협의회의 의의를 강조했다.
노사민정협의회의 앞으로 10년
경기이동노동자 수원쉼터·수원시비정규노동자복지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며 미조직 취약 노동계층 간 네트워크도 형성해 시 노동정책의 허브로 자리 잡은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에도 고민은 있다. 협의회의 정체성 문제다. 노사민정협의회의 설립 취지는 직접 사업보다는 지역 노동과 고용에 관한 의제를 발굴하고 지역주체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의제를 심의하는 것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사민정 각 주체가 나서서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으로 김병기 사무국장은 노사민정협의회의 위상 문제를 지적한다. 김병기 사무국장은 “노사민정협의회의 위상을 법적으로 제도화된 사회적 대화기구로 정립해야 협의회에 대한 노사민정 간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며 “위상 강화를 바탕으로 지역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의제화한 노사민정의 토론 자리가 마련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이란 인식이 따라와야 협의회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기도 하다. 김병기 사무국장은 “지난 10년간 노사민정협의회가 캠페인, 노동교육 등 직접사업을 통해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강화해왔다면 향후 10년은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협의회의 위상은 어떻게 정립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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