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사용자가 연차유급휴가를 국가공휴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합의했다면 법적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연차휴가 대체 합의는 반드시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물관리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직원 23명을 고용해 건물관리업을 경영해 오던 중 직원 15명 및 퇴사자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1천2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자 A씨는 “근로계약 당시 연차휴가를 국가공휴일과 명절 등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며 직원에게 연차 미사용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근로기준법(62조)은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따라 연차유급휴가일을 대신해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연차휴가를 다른 공휴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그 밖의 방법으로는 효력이 인정되지 않음을 의미한다”며 “이는 근로자와 개별적으로 합의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항소심 역시 A씨가 직원들과 개인적으로 합의한 것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연차휴가 대체와 관련해 근로자가 사용자와 개별적으로 합의할 경우 자율적인 의사에 반해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근로자대표를 선출해 합의하면 사용자와 동등한 지위에서 다른 근로자들의 의사를 존중해 좀 더 신중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반드시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로만 연차유급휴가일을 대체하도록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