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마사회노조는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온라인 마권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이후 삭발하는 홍기복 노조 위원장(맨 앞)과 이를 지켜보는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오른쪽 네번째)의 모습. <마사회노조>


코로나19 확산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한국마사회 노동자들이 농림축산식품부를 규탄하고 온라인 발매 입법을 촉구했다.

마사회노조(위원장 홍기복)는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어가는 말산업에 숨을 불어넣고자 힘겹게 시행한 무관중 경마도 자금 고갈로 한계”라며 “코로나19 발생 1년 반이 지난 지금 말산업은 붕괴돼 종사자 2만4천명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마사회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발생 직후 경마를 중단했다가 말산업 유지를 위해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경마장을 찾은 관객이 마권을 구입한 수익으로 운영하는 구조라 2월 이후 사실상 수입이 끊긴 상태다. 그렇지만 경마를 시행해야 기수·조교사·마필관리사 같은 종사자들이 상금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경주마가 유통되는 말산업 특성상 출혈을 감수하며 지금까지 무관중 경마를 시행했다.

재정피해는 막대하다. 지난해 4천368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말까지 쌓아 둔 이익잉여금 2천266억원은 지난해말 4천432억원 결손으로 뒤바뀌었다. 올해 8월 현금이 없어 2천억원 자금 차입에 들어간 상황이다.

역설적이게도 마사회가 무너진 사이 불법경마 규모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불법경마 단속 실적을 보면 불법경마 사이트 폐쇄건수는 2019년 5천407건에서 지난해 7천505건으로 38.8%포인트 폭증했다. 노조는 “불법경마의 규모가 합법경마보다 크고 도박중독 유병률도 합법의 3배에 달할 뿐 아니라 세금 및 공익재원 탈루와 외화유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경마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25.1%로 합법경마 8.1%보다 높다.

노조는 줄곧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온라인 마권을 도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서만 마권을 살 수 있는 현행과 달리 온라인 마권은 100% 실명제로 운영하고 구매 상한을 정해 온라인으로 마권을 구매하는 제도다. 경마와 유사한 경륜·경정은 이미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경마는 도박중독을 심화할 수 있고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며 반대해 관련 법안 4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홍기복 위원장은 “말산업은 경마뿐 아니라 승마와 부대산업 각 분야에서 3조3천억원의 경제효과를 냈고 1천억원의 축산발전기금을 납부한 효자산업이었다”며 “경륜·경정 온라인발매를 허용한 상황에서 온라인 마권에 신중한 접근 운운하는 것은 어느 시절 잠꼬대냐”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정부의 전향적 접근과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