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과 ‘고용문화 개선’의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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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894회 작성일 21-09-13본문
‘노동시간 감소한 만큼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 노사발전재단
오래 일해서 산업을 유지하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동시간 단축은 제도화됐고, 2021년 하반기에는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고 주52시간 상한제를 지켜야 한다. 다만 주52시간 상한제를 일터에 안착할 때 사업장 이슈와 노사 이견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기존의 생산성 유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현실에 연착륙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에서 노사가 함께 참여해 일터혁신을 꾀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9일 오후 노사발전재단이 ‘장시간 노동 및 고용문화 개선’을 주제로 2021년도 제6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은행회관에서 열었다. 노동시간 단축을 성공적으로 이룬 일터의 사례를 공유하며 토론을 통해 시사점과 향후 과제를 살피는 자리였다. 6차 포럼에서는 우수 사례로 인선이엔티 주식회사와 ㈜마이크로필터, 두 곳이 꼽혀 사례가 공유됐다.
부서별 구체 단축방안 나와야
현장 안착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선이엔티는 1997년에 설립된 건설폐기물 중간처리 기업이다. 2020년 기준 153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최근 3년간 많이 늘었다. 2018년 기준 925억 원이던 매출액이 2020년 기준 1,312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201억 원에서 458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인선이엔티 노동조합이라는 기업노조와 세종 사업장에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세종지회가 있는 유노조 사업장이다.
인선이엔티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동시간 운영관리방안 수립 → 부서별 노동시간 단축방안 설계 → 임금보전방안 설계’의 단계를 거쳤다. 임금체계도 개편했다. 노동시간이 곧 임금으로 환산되는 만큼 기존 장시간 노동 체제에 근거를 둔 임금체계를 손 볼 필요가 있었다. 임금체계가 개편되니 인사평가체계도 바뀌었다.
일터혁신을 통해 인선이엔티는 전 직군 평균 주5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했다. 노동시간이 가장 길었던 차량 직군은 주60시간에서 주50시간으로 줄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직군과 직급에 따라 적게는 4.7%, 크게는 23.1% 임금 감소가 예상됐다. 임금 보전 방안에 대한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경영진이 100% 보전을 받아들였다.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시장에서 인선이엔티가 혁혁한 실적을 내며 전망이 좋았던 것도 있었고, 추진 업무 중 일정 부분은 외주화한 것도 100% 보전의 또 다른 열쇠였다.
인선이엔티가 장시간 노동을 개선을 일터에 생각보다 수월히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은 2018년에도 진행했던 장시간 노동 개선 컨설팅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 번 해본 경험이 인선이엔티 노사에 도움이 됐다. 노사 모두 왜 해야지라는 의문보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 좋던데 그럼 더 어떻게 하지라는 의문에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처음 진행하는 사업장과는 출발점이 달랐다.
그렇다고 다른 일터에 적용 사례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 설계 과정은 충분히 다른 곳에서도 고려해볼 만하다. 특히 노동시간 운영관리방안을 수립해 노동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시간외 혹은 휴일 노동에 대한 사전승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전승인제이다보니 관행적으로 해오던 초과노동이 줄었다. 또한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집중근무시간제도 등을 활용해 일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노동 시간 단축과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마이크로필터는 정수기 등에 필요한 필터를 생산하는 제조 기업이다. 311명이 일하고 있다. 제조기업인 만큼 생산직이 229명이고 사무직이 82명이다. 전체 평균연령은 37.5세로 젊은 조직에 속한다.
마이크로필터는 장시간 노동 사업장의 대명사였다. 2020년 기준 휴일 연장 노동까지 포함해 주 평균 73시간을 일했다. 법정 한도도 넘긴 상황이었다. 생산직뿐 아니라 경영지원팀, 제막팀, 품질경영팀, 필터조립 공정에서도 평균 주52시간을 넘었다.
장시간 노동시간 사업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대근무제 개편을 도모했다. 2조 2교대 6일 근무를 3조 2교대 6일 근무로 바꿨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하락 문제도 발생했는데, 15% 시급인상을 통해 86.6%수준으로 임금을 보전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초과노동 수당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초과노동 수당 지불 비용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신규 인력 채용 비용보다 낮다. 게다가 노동자들도 초과노동 수당으로 임금 더 받으면 좋지라는 인식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에 선뜻 나서지 않는 부분도 있다. 초과노동 수당이 기본급처럼 인식되는 상황이다. 노동시간 문제에서 노사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모습도 있다. 마이크로필터 역시 초과노동수당 비율이 40.2%에 달해 노동시간 단축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노동 조건을 개선해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을 마이크로필터 사업장 내 전 직원이 공유했다. 교대제 개편으로 노동시간을 대폭 줄였다.
생산성 유지 및 향상을 위해서 작업 조직별 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자가 참여하는 분임 토론을 활성화하는 등 자체적인 교육훈련 시스템을 정착시키려 노력했다. 품질 부적합률을 40% 이상 개선했다. 정량적으로는 3,000만 원의 효과를 얻었고, 정성적으로는 고객 만족도가 향상됐으며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장시간 노동 개선’과 ‘고용문화 개선’ 함께
지불여력 부족 기업 노동시간 단축 방안 고민해야
사례 발표가 끝나고 패널 토론에서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장시간 노동 문제 해소를 위해 노사가 많은 진통을 겪으며 임금 감소 문제, 생산성 문제 등에서 서로 양보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만든다”며 “다만, 이후에 기업의 비전이 전체 조직원과 공유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노동시간 단축 이후에 임금의 지속적 향상, 기업 성장과 더불어 조직 내 자기 성장에서 노동자들이 확신이 생겨야 기업에 남는다는 게 이우영 교수의 설명이다. 어느 기업이나 숙련인력이 중요한 만큼 노동시간 단축 이후도 기업에서 노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노동시간은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으로 생각했지만, 유한한 자원이며 정교하게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며 “많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경쟁력인 시대가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주어진 시간 내에서 집중적인 업무 문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오계택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장시간 노동 개선’과 ‘고용문화개선(일하는 방식 개선)’이라는 두 일터혁신 컨설팅 영역이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진행되는 게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우영 교수와 오계택 선임연구위원은 지불여력이 부족한 기업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어떻게 가능할지 사회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된 두 기업은 경영 실적이 오르는 상황이었고, 각자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었다. 지불여력이 향후에도 보장되니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보전이 가능하다. 임금보전 문제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 갈등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날 포럼에는 인선이엔티 노사, 인선이엔티 컨설팅 수행기관인 CNP컨설팅, 마이크로필터 컨설팅 수행기관인 한국표준협회가 참석했으며, 토론자로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관병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 과장, 노사발전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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