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사회적합의에 따른 분류인력 투입과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손재원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 부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최종 합의를 도출된 지 한 달 만에 롯데택배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회적 합의의 핵심 내용인 분류인력 투입이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져 또다시 택배노동자들에게 분류작업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택배쪽은 단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본부장 임성택)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사회적 합의에도 롯데택배가 극히 일부에만 분류인력을 투입해 대부분 롯데터미널의 분류작업은 여전히 택배노동자들의 몫”이라며 “시범사업이라며 몇 개 터미널에만 원칙 없이 투입되는 분류인력으로 인해 오히려 현장노동자들 사이 갈등만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달 22일 올해 안에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내용의 최종합의를 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추석 이전인 9월1일부터 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는 1차 합의에 따라 기존에 투입한 분류인력 외에 1천명의 분류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고, CJ대한통운은 1천명의 추가 분류인력에 상응하는 인력 또는 비용을 투입하기로 했다. 분류인력 투입과 고용·산재보험 가입을 위해 필요한 택배비 원가 상승요인은 170원이라고 확인했다.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 불가피하게 투입될 경우에는 최저시급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롯데택배 본사가 각 대리점에게 공지한 내용을 보면 “170원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비용은 단계별 적용으로 9월1일 ‘분류비 75원+고용·산재보험 20원=95원’을 선 적용하고, 내년 1월1일부로 170원을 전체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승환 택배산업본부 사무국장은 “합의문에는 170원 중 20원은 보험료로, 150원은 분류작업 투입에 지급하라고 명시했는데, 150원에서 50%인 75원만 지급하겠다는 것은 결국 분류작업 투입시 최저시급 이상 주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수도권지역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 A씨는 “자동레일이 없어 출근하면 레일부터 수동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화물 자동분류 설비인 휠소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아 간이레일 설치와 철거작업 같은 ‘공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택배는 “합의안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으며 열악한 시설과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택배에 따르면 분류작업 투입은 3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현재 1단계에선 시범선정지역에 308명을 투입한 상태다. 9월1일부터 2천명을 투입하고, 내년 1월1일부터는 4천명을 투입해 기존 택배노동자를 분류작업에서 배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간이레일 설치에 대해서는 “휠소터를 탑재할 수 있는 새로운 집배센터로 이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강현 택배산업본부 조직국장은 “지난 2월 설연휴 때에도 분류인력 1천명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투입된 인력은 300명 정도였다”며 “작업공간이 좁기 때문에 2천명 인력투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집배센터 이전 얘기는 수년간 반복돼 왔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의 경우 분류인력 투입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5명당 1명의 분류인원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고 한진택배의 경우 분류인력 1명당 월 100만원으로 잡고 수도권지역은 8명당 1명, 이외 지역은 9.5명당 1명을 기준으로 분류작업 비용이 지급되고 있다는 게 택배산업본부의 설명이다. 조강현 조직국장은 “한진의 경우 사회적 합의 내용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고 있지만 회사가 밝힌 단계대로 진행되고 있어 9월1일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라며 “롯데택배는 본인들이 합의해놓고 뒤에서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