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지난 21일 현대중공업 해고노동자 김기수(57)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쟁의행위 기간 중 이유를 불문하고 징계를 금지한 노사 단체협약을 위반한 징계해고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해고노동자 김기수(57)씨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고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위반 등의 사유가 없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1996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김씨는 선박의 블록을 용접해 배를 완성하고 외판을 도장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런데 높은 곳에서 이뤄지는 작업에 부담을 느꼈고, 불안 및 우울장애로 2016년 병가를 사용한 뒤 복직했다. 이후 병가로 인해 연차휴가가 발생하지 않자 김씨는 이듬해 1월부터 3월까지 총 24일을 무단결근했다.

이에 사측은 2017년 4월15일 김씨를 해고했다. 그러자 김씨는 “해고는 요양 후 30일 동안 해고를 금지한 근로기준법과 쟁의기간 중 어떠한 사유를 불문하고 징계할 수 없도록 한 단협에 위반된다”며 소송을 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2016년 6월 쟁의발생 결의를 한 뒤 7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수차례 파업했고, 2018년 2월 사측과 단협을 체결한 바 있다. 김씨는 2017년 1~2월 파업에 3차례 참여했다.

1심은 회사의 해고가 단협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해고는 파업이 한동안 실시되지 않았던 시기에 이뤄졌다”며 “김씨의 무단결근이 우울증으로 인한 결과로 보기 어려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는 경우 징계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한 단협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회사의 해고가 쟁의기간 중 이뤄져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단협에서 규정하는 쟁의행위 종결일은 개별 파업행위의 종료일이 아니라 쟁의가 종국적으로 종결된 날을 의미한다”며 “파업 이외 개별적 행위가 실시되는 시기에 한정해 징계를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단협에는 쟁의기간에 대해 조합 결의기관이 발생결의를 한 날로부터 쟁의행위 종결일까지를 말한다고 돼 있다.

또 재판부는 “단협의 신분보장 규정을 파업이 실제로 실시되는 기간에만 징계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노조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도입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