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남부발전노조

기획재정부의 일방통행에 발전 5개사 노동자들이 뿔났다. 법정공휴일·대체공휴일 확대에도 휴일수당 예산을 인정하지 않고,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발전 5사 통합 논의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기재부가 갑자기 사내대출 제도를 규제한 게 기폭제가 됐다.

대체휴일 못 주면 수당이라도 줘야 하는데

한국남부발전노조(위원장 송민)는 9일부터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한국남부발전노조와 한국동서발전노조·한국중부발전노조·한국서부발전노조·한국남동발전노조가 릴레이 피케팅을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각 발전사 노조가 일주일씩 5주간 진행한다.

이들 노조는 발전사 교대근무자 공휴일 예산 인정과 △임금피크제 폐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공공주도 에너지 전환을 요구했다.

송민 위원장은 “지난해 법정공휴일 확대 이후 기재부는 법정공휴일에 일하는 교대근무 노동자의 휴일수당 예산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가까스로 해당 문제를 봉합해 가는 상황에서 올해 대체공휴일이 늘어났는데, 이에 대한 예산을 또 불인정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은 법정휴일에 포함됐다. 교대근무를 하는 발전사는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휴일수당을 지급하거나 대체휴일을 줄 수 있지만 교대근무 특성상 대체휴일이 쌓이면 근무조 편성에 난항이 생긴다. 휴일수당을 지급하는 게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이지만 기재부가 이 휴일수당 예산을 인정해 주지 않아 논란이 컸다. 발전 노사는 가까스로 인력충원과 교대제 개편을 통해 휴일수당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대체공휴일이 늘었다. 인건비 추가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셈인데, 기재부는 이번에도 역시 휴일수당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에너지 전환, 5개사 통합 요구 못 들은 체

발전노동자들은 또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전노동자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민 위원장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인 뉴딜은 민간기업을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석탄발전소를 어떻게 처리하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것이냐는 문제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확보할 에너지의 공공성 문제도 담보해야 하는데 이런 대목에 발전노동자의 참여를 완전히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중복투자나 출혈경쟁을 예방하기 위해 발전 5사 재통합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권과 정부당국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최근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사내대출 제도 개정이 기폭제가 됐다. 송민 위원장은 “사내대출 제도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와 맞지 않는 대목이 있다면 논의해 풀거나 해소할 수도 있었는데 이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규제를 강화했다”며 “앞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공공기관 복지제도 대부분이 폐지 혹은 축소돼 박탈감이 큰 상황에서 이마저도 공공기관 경영평가로 족쇄를 채우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은 노동자가 투쟁해야 할 충분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공공기관 사내대출 제도개선 지침을 안건으로 올렸다. 공공기관 340곳 가운데 66곳이 사내대출 제도를 통해 공공기관 직원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다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고 대출한도를 주택자금 7천만원, 생활안정자금 2천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