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소급분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퇴직자에게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통상임금 요건인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재직자 임금인상분 단협 이후 지급
하급심 “소급분 공제해 통상임금 산정해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19일 대우버스 조합원 72명이 자일대우버스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 중 원고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자일대우버스는 노조와 매년 7~9월 임금·단체교섭을 하면서 임금인상 합의가 4월1일을 지나서 이뤄지는 경우 인상된 기본급을 소급해 적용하기로 약정해 왔다. 이를 토대로 이 기간 일한 노동자들에게 그 임금인상분을 임단협 타결 이후에 일괄 지급했지만 임금인상 합의 이전에 퇴직한 직원들에게는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았다.
지회 조합원들은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연장·휴일·주휴수당 및 퇴직금을 재산정한 후 이미 지급한 수당을 공제한 차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2013년 6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부산고법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면서도 임금인상 소급분은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부산고법은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기 전에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확정된 임금이라고 할 수 없어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임금협상에 따라 소급해 지급된 부분은 공제해 통상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 소급분이 노사 간 사후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만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점 등을 들었다.
“임금인상 소급분, 당연히 지급될 성질의 것”
반면 대법원은 “임금인상 소급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고 조합원들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임금인상 소급분은 소정근로와 무관하게 지급된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해 그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며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해 이에 대한 대가로 정한 이상 단체협상 지연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소급적용됐다고 해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임금인상 소급분이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임금인상 소급분이라고 하더라도 단협 등에서 법정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으로 정했다면 그 성질은 원래의 임금과 동일하다”며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자가 업적이나 성과의 달성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제공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될 성질의 것이므로 고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을 소급해 변경하는 내용의 단협 효력이 체결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에서 선고가 확정될 경우 소송을 낸 72명의 조합원을 포함한 700여명의 직원들도 임금인상 소급분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받을 전망이다. 소송 기간이 길어진 탓에 현재는 이 중 170여명만 재직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대리한 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민심)는 “임금인상 소급분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정성이 없다고 본 기존 판례를 무너뜨린 판결”이라며 “하급심에서 기계적으로 노동자들에게 패소로 판결한 것을 바로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완화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