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정합의에 따라 공무직 40만명에게 적용하는 인사관리 규정을 제정하고 임금·수당 기준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팀(TFT)를 운영한다. 처우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합의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무직위원회가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3차 공무직위 회의를 열고 공무직 인사관리 가이드라인과 임금·수당 기준 마련계획을 심의해 확정했다. 지난달 26일 공무직위 발전협의회에서 노동계와 정부가 논의해 합의한 내용이다.
출장비 실비보전·직장어린이집 차별 해소
공무직 임금·수당 실태조사 TFT ‘또’ 구성
인사관리 가이드라인은 채용과 호칭, 휴가, 징계, 평가 같은 인사관리 내용을 포괄한다. 공무직을 둔 각 기관은 가이드라인을 기본으로 인사관리를 해야 하고, 공무원(일반근로자)과 차별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다만 노사 교섭을 통해 정한 내용은 교섭을 존중하는 게 원칙이다. 정부는 관련 규정이 없어 출장비를 실비로 보전받지 못하거나 직장어린이집 같은 편의·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던 관행을 해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금·수당 기준 마련 계획은 TFT를 구성해 관련 실태조사를 마치고 이를 토대로 내년 초 기준을 마련한다. 공무직위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불평등·격차 해소를 위한 공정한 기준을 원칙으로 임금·수당 기준을 설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0명 이내의 TFT를 구성한다. 올해 12월까지 공무직 업무 분류기준과 임금실태 조사·분석을 마무리하고 동일·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민간 노동자 간 비교분석도 마친다. 업무 분류기준 분석과 연구는 올해 10월까지다.
또 명절휴가비·급식비·복지포인트 같은 이른바 ‘복지 3종세트’ 지급 미이행 기관 50여곳을 확인하고 주무부처에 지급을 독려한다.
공무직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금·수당은 이해관계가 첨예해 합의가 어려웠지만 새 기준 마련 계획에 정부와 노동계가 합의해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강조했다.
복지 3종세트 속도 못 내 “아쉽다”
공무직 격차 해소분 포함 가능성 남아
정부 발표와 달리 ‘아쉬운 합의’라는 평가가 우세해 보인다. 최대 쟁점이던 공무직 처우개선 예산의 내년도 반영이나 복지 3종세트 외 직무무관 수당의 지급 시기 같은 명확한 합의 없이 TFT 구성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또다시 TFT를 구성해 조사하고, 결과를 토대로 재차 논의를 하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3년 기한으로 설치한 공무직위가 내년이면 3년차를 맞이하는데 가시적 성과 없이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복지 3종세트 지급 시기를 못 박지 못한 것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당시부터 강조하고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에 공무직 임금격차 해소를 권고했음에도 불발했기 때문이다. 공무직위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올해 상반기 복지 3종세트 논의를 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다만 공무직 임금인상이 내년 예산에서 완전히 배제됐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 공무직 기본급 인상 ‘격차해소분’ 포함이 예상된다.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보다 소폭 오른 수준의 공무직 보수 인상률 예산이 604조원 예산안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명절상여금을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렸다는 이야기도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말을 아끼고 있어 실제 포함 여부와 수준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여러 아쉬움에도 “할 만큼 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현실적 수준의 합의라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 지적처럼 처우개선 기준을 마련하려면 장기전이 불가피하므로 논의를 지속하도록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처우개선을 위해 기준을 마련하려면 누구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비교할지 기준점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간에 합의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지 없는 정부, 앉아만 있다 간 기재부
앞으로는 공무직 법제화 논의 집중 예상
다만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은 비판 소지가 크다. 발전협의회에 참여한 곽승용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합의의 실질적 이해당사자였던 기재부는 회의 내내 거의 발언도 하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며 “예산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기재부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나 자세가 필요했는데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공무직위는 법제화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무직위에서 논의할 16개 세부의제 분류에 따르면 인사관리 가이드라인과 임금·수당 기준 마련 계획은 1·2단계에 속한다. 마지막 3단계는 공무직 정원과 법·제도 개선이다. 당초 노동계는 공무직의 신분안정을 위해 법제화 논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가 응하지 않아 미뤄졌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공무직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데도 온전한 정규직 전환과 차별철폐가 아니라 직무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거래나 교환 방식의 접근을 해 합의가 지나치게 늦었다”며 “공고한 관료집단의 벽을 느끼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최소한 법제화를 통한 신분보장만큼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