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인 2022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9천160원(월 191만4천44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8천720원보다 5.1%(440원) 오른 금액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결국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로, 오히려 박근혜 정부 인상률 7.4%보다도 낮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9차 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날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회의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면서 협상을 했다.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800원(23.9%) 인상과 동결을 각각 요구했던 노사는 그동안 3차례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날 최종안으로 노동계는 시간당 1만원을, 사용자쪽은 8천850원을 내놓았다. 노사 모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며 팽팽한 접전을 벌이면서 정회 시간이 길어졌다.
오후 8시가 넘어서도 1천150원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 구간으로 9천30원(3.56%)~9천300원(6.7%)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반발한 민주노총은 밤 11시10분께 회장을 박차고 나갔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1만원 공약은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확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며 “저임금 노동자를 희망고문하고 끝내 저임금 노동자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퇴장 이후 공익위원들은 단일안으로 9천16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4%와 물가인상률 전망치 1.8%에 취업자 증가분 전망치 0.7%를 빼는 방식으로 5.1% 인상안을 산출했다.
금액으로 하면 전년 대비 5.045% 인상한 액수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정상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기관 경제전망치를 활용했다”며 “노동력 공급이 증가하면 임금이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산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 단일안을 표결에 부치자 사용자위원들이 반발해 퇴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총 전무는 “최저임금 지불 주체인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명백히 초월한 수준”이라며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충격과 무력감을 금할 수 없어 퇴장한다”고 밝혔다.
표결에는 민주노총위원을 제외한 23명이 참여해 찬성 13표, 기권 10표가 나왔다. 퇴장한 사용자위원 9명은 기권으로 처리됐으며 반대표는 없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공익위원이 심의촉진 구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제시해 민주노총위원과 사용자위원 모두 퇴장한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영세 소상공인과 저임금노동자 모두 힘든 상황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노사 입장을 조율할 구간이 너무 좁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최종 표결 후 내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금액 대비한 5.045%냐, 산출방식에 근거한 5.1%냐를 놓고 잠시 논란이 빚어졌으나 공익위원들이 5.1%로 최종 발표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13일 새벽 브리핑에서 “이번 심의 결과는 내년을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라며 “이제 우리나라도 글로벌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만큼 노동력에 대한 온당한 처우가 따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정상적 노동시장 여건에 맞게 최저임금을 운영·관리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9%, 1.5%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인 최저임금 인상률이 올해 5%대로 돌아선 것은 경제회복과 고용여건 개선 기대가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