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역정보개발원노조

부서장 갑질 은폐 의혹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노사갈등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인사위원회를 활용해 부서장 갑질 의혹을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쪽은 인사위가 징계 관련 절차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맞섰다.

“부서장 갑질 모니터링하랬더니 솜방망이 징계만”
회사 “징계위 운용하는 지방 공공기관 없다” 반박

3일 개발원 노사에 따르면 개발원은 인사위를 열어 6월28일 부하직원을 구타하는 등 갑질을 한 의혹이 확인된 부서장 A씨를 감봉하고 부서이동을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지역정보개발원노조(위원장 현대식)는 같은달 8일 개최했던 인권침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위원회 회부를 결정했음에도 인사위만 열어 회사쪽이 일방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현대식 위원장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인 부서장 A씨를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고 했는데 해당 부서는 회사 업무에 대한 감독이나 부담에서 자유로운 부서”라며 “실제 A씨는 다른 부서장들과 잦은 회동을 하면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징계위 회부를 결정했음에도 해당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 참여가 완전히 배제된 인사위를 열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며 “회사 경영진과 간부로만 구성한 인사위는 직원과 관련한 승진·평가·징계 같은 사항의 처리를 전담하는 위원회로 과하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 노동자 참여를 전제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회사쪽은 규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발원 관계자는 “개발원 인사위 규정은 지방공무원법을 기반으로 마련한 조항”이라며 “지방공무원법 어디에도 징계위 관련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지방공기업 중에도 징계위를 운용하는 기관은 없다”고 반박했다. 징계도 중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분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방공무원법은 인사위에 징계 같은 중대한 인사문제를 심의·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는 지난 2월부터 산하 공공기관 26곳을 전수조사해 인사·감사 분야, 징계기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 징계 86건이 부적정했다며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개발원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이라 이런 권고는 비껴갔다.

노조 “노사협의회, 두 번 개최로 허위공시”
회사 “2회 개최 맞지만 입장차 반영해 수정”

기관 내 부서장 갑질 근절대책도 쟁점이다. 회사쪽은 “부서장 A씨 사건 이후 교육을 실시하고 갑질 근절 추진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갑질 발생시 무관용 원칙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이 제기한 갑질 의혹 조사에는 소극적이다. 현대식 위원장은 “노조가 지속해서 부서장 갑질 의혹을 제기하고 모니터링을 요구했으나 한 차례 솜방망이 처벌을 한 이후 현재까지 조사가 없다”며 “많은 직원이 갑질에 시달리다 퇴사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와 노조에 모두 고발했는데 이에 대한 조사 없이 보여주기식 교육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경영평가 성과도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최하지도 않은 노사협의회를 마치 개최한 것처럼 공공기관 경영평가 보고서에 삽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개발원은 합리적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으로 노사 실무협의를 네 차례 했다고 기재하면서 노사협의회 운영 사진을 첨부했다. 회사쪽은 “노사협의회가 아니라 노사 실무협의를 기재한 것으로 허위기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노사협의회 횟수도 입장이 다르다. 당초 회사쪽은 홈페이지 경영공시에 41·42차 노사협의회를 개최했다고 썼다가 노조가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하자 1회로 수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사협의회 관련 안건을 실제 심의해 협의했고, 관련 안건에 대한 논의를 증빙할 자료도 있다”며 “2회 개최했다는 입장이나 노조에서 1회라고 주장해 반영해 수정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 개최 7일 전 안내 같은 절차를 지켰는지에 대한 문의에는 “노조가 관련 건으로 진정을 제기해 조사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주 내 타결 유력했던 교섭도 다시 경색
합의서 서명할 원장은 돌연 휴가

교섭도 막혀 있다. 당초 노사는 이날 실무교섭을 실시하고, 이번 주 내 협약 서명을 앞뒀다. 현대식 위원장은 “이번 주 내 노사합의를 하자던 원장이 돌연 휴가를 갔고, 실무교섭에 참여해야 할 실장마저 휴가를 냈다”며 “교섭 전 개최 변동 사항에 대해 서로 통지하기로 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사쪽은 “교섭은 문제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노조는 이날 실무교섭에 부원장 참여를 요청했으나 부원장도 3일 전 관련 안건 통보 및 교섭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초 합의가 유력했던 교섭까지 무산하면서 개발원 노사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는 부서장 갑질 의혹 은폐를 비롯해 회사가 승진인사에서 조합원을 누락했다며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등에 진정 3건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