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에 따라 ‘안전보건정책 전문가’ 8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지난 21일 냈다. 28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들 전문가는 산재예방 관련 조사·연구위원으로 핵심직무는 원·하청 산재통합관리방안 마련과 직업성암 같은 직업병 예방 정책 수립, 산재예방 인식개선 전략 수립, 화학사고 예방정책 수립, 산업안전보건 분야 국제협력 업무다. 그런데 신분은 ‘공무직’이다.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으로 인력과 조직은 확대됐지만 산업안전보건 행정의 전문성을 키우려는 노력이나 시스템을 혁신하려는 시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알맹이 없이 비대해진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

이달 1일 시행된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에 따르면 종전 1개국 5개과 47명에 불과했던 산업안전보건 관련 조직은 1본부 2정책관 9개과 1팀으로 82명이 됐다. 지방노동관서도 기존 46개과 715명에서 17개과가 증설되면서 821명으로 확대됐다. 산업안전감독관수만 봐도 2016년 350명에서 2017년 228명, 2018년 570명, 2019년 681명, 2020년 12월말 705명으로 4년 만에 두 배가 증원됐다.

본부의 경우 인력 충원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지방관서는 계속 충원 중이다. 공무원 충원과 별개로 공무직(산재예방 조사·연구위원)도 신규로 채용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무원의 경우 순환보직이어서 장기간 산업안전보건 업무만 전담할 수 없다”며 “전문성 확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를 공무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직 채용 목적이 ‘전문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노동부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산업안전보건 전담조직을 설치하겠다며 본부를 설립했다. 정치권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속도를 내자, 노동부에서 과도적 단계로 본부를 설립하고 2023년 외청으로 독립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는 방안을 내면서 방향이 틀어진 것이다. 본부 설립의 방점은 무엇보다 고도의 산재예방 행정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운영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에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산업안전보건국을 본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인력과 조직이 늘어난 것을 제외한다면 운영시스템에서 큰 변화를 찾기는 힘들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는 “이제 우리나라 산업안전 행정 인력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많아졌다”며 “전문성 확보 없이 조직만 비대해진다면 오히려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전보건 인력 채용부터 경력관리와 교육까지 전문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현재는 그런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 감독관수는 1천767명, 직원수는 2천819명이다. 노동자 1만명당 산업안전보건 행정직원수는 19.17명, 감독관수는 12명꼴이다. 같은 기간 일본은 노동자 1만명당 산업안전보건 행정직원수가 26.65명, 감독관수가 16.78명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자 1만명당 안전보건공단 인력까지 포함한 산업안전보건 행정직원수가 129.9명, 감독관수가 34.5명 수준이다.

공무직 임금차별, 처우개선도 뒷전

이번에 모집 공고를 낸 산재예방 조사·연구위원은 기타 보수직 ‘다(석사 이상)’급과 ‘라(학사 이상)’급이다. 월 보수가 다급의 경우 265만원, 라급은 230만원 수준이다.

현재 노동부가 지방관서 산업안전보건 분야 6급 공무원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자격 요건을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이면서 산업안전 6년 이상 실무경력을 가진 자로 제시한 점을 비춰보면 ‘차별’ 논란을 비껴가기 어렵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우회하고 회피하는 방식의 무기계약직인 공무직은 사회문제가 되는 고용형태”라며 “연간 2천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어 가는 현실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기존 관행과 전례를 따라가는 지금의 행정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