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노련과 금융노조·공공연맹 대표자들이 18일 오전 국회 앞에서 LH 졸속 개혁안 철회와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한국노총 공공노동자 공동투쟁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대정부 투쟁을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노동이사제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데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지렛대 삼아 직무급제를 추진하고, 사내대출 제도를 규제하는 등 공공노동자 탄압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의 책임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전가해 졸속 해체안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한국노총 금융·공공부문 산별노조·연맹이 연대한 한국노총공공부문노조협의회(한공노협)는 1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악습을 되풀이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갑질을 분쇄하겠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한공노협에는 공공노련(위원장 박해철)·공공연맹(위원장 류기섭)·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가 참여했다. 이들은 정부에 △LH 혁신안 철회 △노동이사제 도입 △사내대출 혁신지침 철회 △임금체계 개편 중단 △임금피크제 폐지 △경영평가 제도 개선요구 수용을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노동이사제
사회적 합의에도 입법 감감무소식
공공부문 노동자의 정부 불신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반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노동이사제 도입은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에서 노동이사제 입법 추진에 노정이 협력하기로 했으나 입법은 지금도 이뤄지지 못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그간 정부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약속을 지키기를 기다리며 인내했지만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지부가 사실상 마지막으로 적합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기재부는 노조 추천 인사를 배제하기 위해 모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후보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다 공공노동자의 거대한 투쟁에 가로막혀 마침내 정권까지 무너졌다”며 “그 같은 우를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LH 문제는 갈등에 불을 지폈다. 3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LH 일부 임직원의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정부·여당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직결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LH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혁신하겠다며 여론을 달래려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LH를 주거복지부문을 관할하는 모회사와 토지·주택부문을 관할하는 자회사로 수직분할하고 노동자 2천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안을 추진하는 등 지속해서 LH 해체에 열을 올렸다. 노동계를 비롯해 부동산 전문가도 부동산 정책 실패는 25차례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해철 위원장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한숨을 내쉬는데 정부는 그 잘못을 LH에 전가해 구속된 4명의 LH 임직원 때문에 대한민국 집값이 폭등한다고 주장한다”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기재부 행태에 웃음만 나올 지경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기재부의 대한민국이냐는 말이 나오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기재부는 정작 지난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해 놓고 오류 산정을 했다며 손바닥 뒤집듯 결과를 뒤집는 일까지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갈등 쌓인 상황에서 사내대출 규제까지
기재부, 노동자 항의에 경사노위 ‘노쇼’
이처럼 불신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공공기관 사내대출 제도를 옥죈 게 충돌의 기폭제가 됐다. 공공기관 340곳 가운데 66곳이 운용하는 사내대출 제도가 공공노동자에게 지나친 특혜를 줘 부동산 시장을 왜곡한다는 게 정부 논리다. 기재부는 지난달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사내대출을 규제하는 안건을 긴급히 상정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한공노협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해 문제를 풀었다면 갈등으로까지 비화하지 않고 합리적인 조정도 가능한 사안이었는데 기재부가 일방통행해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게다가 기재부의 일방통행에 항의하며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노동계 인사들이 피케팅을 하자 공공기관위 본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던 기재부 국장이 일방적으로 불참하는 ‘노쇼’ 논란도 발생했다.
공공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23일부터 기재부 앞에서 매일 집회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