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총(ITUC)이 2021년 글로벌 노동권지수(Global Rights Index)에서 한국에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부여했다. 삼성의 단체교섭해태 행위가 하위 등급의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8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최근 국제노총은 전 세계 150개국의 노동기본권 수준을 평가한 글로벌 노동권 지수를 발표했다. 전 세계 163개국의 331개 총연맹을 대상으로 노동자 권리 침해 사례 등을 수집하고, 인권·노조 전문가 설문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순위를 매겼다. 국제노총은 2014년부터 노동권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조사 이후 5등급을 벗어난 적이 없다. 2019년에는 집회를 이유로 민주노총 간부 등을 구속한 사건이, 지난해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을 미보장이 5등급에 이름을 올린 주요한 근거였다.

올해는 삼성이 발목을 잡았다. 국제노총은 “삼성은 단체교섭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협상을 위한 관련 자료를 (노조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노조가 있어도 경영진은 일방적으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이 회사의 일반적 위반 행태”라는 평가도 달았다. 노조와 교섭을 하는 대신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을 결정해 통보하는 관행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교섭해태 논란, 사측 주도의 노조설립 의혹을 받는 삼성화재 사건 등도 평가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법률·제도 문제로는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공무원의 정치 참여 금지, 노조 아님 통보제, 복수노조 사업장에서의 소수노조 활동 제약, 단체행동을 제약하는 필수유지업무 제도 등을 지목했다.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올해 초 이뤄진 노동관계법 개정 상황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내년 평가에서는 다소 개선될 여지가 있다.

글로벌 노동권 지수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6단계로 나뉜다. 5+는 사실상 정부 기능이 마비돼 법률이 작동하지 않는 나라라는 의미여서 평가가 무의미하다. 올해 5+ 등급을 받은 나라는 브루나이·미얀마 등 9개국이다. 우리와 같은 5등급은 온두라스·필리핀·짐바브웨·이집트·중국 등 35개국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38개국 중 우리와 같은 5등급을 받은 나라는 콜롬비아·터키 2개국이다. 이 두 나라는 국제노총이 평가한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악인 10개국’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