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조직개편 앞둔 LH… 노조, “정부 주도 ‘졸속 개악안’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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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000회 작성일 21-07-12본문
“사정기관 출신 사장 임명 세 달 지났지만… 내부 쇄신 없어” 비판
이른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정부가 LH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LH 혁신방안’을 발표했으며 8월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이하 LH노조)은 정부의 혁신안이 여론을 잠재우는 데 급급해 부동산 투기와 관련 없는 직무급제 도입, 성과평가 체계 개편 등 징벌성 대책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LH의 조직개편이 주거복지, 주택공급 등 국민의 주거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LH노조는 8일 경남 진주 LH 본사 앞에서 ‘정부의 졸속·일방적인 LH 개악안 결사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다가오는 8월…
LH 조직개편안은 무엇이 될 것인가
지난달 7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LH 혁신방안은 △투기 재발방지를 위한 통제장치 구축 △비핵심 기능 분산 및 인력 감축 △퇴직자 전관예우·갑질행위 등 악습 근절 △방만경영 관행 개선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여기에는 노조가 징벌성 대책이라고 비판하는 성과급 환수, 임금 동결, 경상비 삭감 및 업무추진비 감축, 20% 이상 인력 감축 등도 담겼다.
혁신안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조직개편안은 추가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미뤄졌다. 당시 정부 발표 후 언론에서는 여론을 의식해 정부가 알맹이 없는 징벌적 조치만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8월 최종 조직개편안을 확정한다.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며, 조직개편은 LH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안(1안)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와 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 분리하는 안(2안) △2안과 같이 분리하되,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하고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안(3안) 세 가지 안을 검토 중이다. 최종안을 확정하고 법률안을 마련해 9월 정기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LH노조, “정부 혁신안=졸속안”
LH 사태가 벌어진 지난 3월 이후 LH를 향해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그때만 해도 LH노조는 가급적 외부에 말을 아꼈다. 이후 자체 ‘자숙 모드’를 해제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가라앉는 내부 분위기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LH노조는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고 투기를 벌인 직원은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선량한 직원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비위자에 대한 즉각적인 강력한 처벌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부터는 LH 본사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정부의 혁신안 발표 이후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혁신안에 이번 사태의 핵심인 부동산 투기와 별개인 징벌성 대책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LH노조는 “본질적 문제 해결이 아닌 인력 구조조정, 조직개편 등 선량한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졸속 개혁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경영관리 강화’를 이유로 혁신안에 △경영평가 평가등급 하향조정·성과급 환수 △직무 중심 보수체계 개편(직무급제 도입) △임금피크제 인원·기관 축소(정원의 10%→7%) 등 운영 개선 △성과평가 체계 개편 △임직원 인건비 동결 및 경상비 삭감 △인력 20% 이상 감축 등을 담았다.
이 중 직무급제 도입, 성과평가 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운영 개선 세 가지는 LH 내규 개정이 필요해 노조와의 진통이 불가피하다. LH노조는 “노동자의 개별동의를 받지 않거나 노동조합과의 협의가 없으면 시행할 수 없는 근로자 권익 침해 관련 사항들이 많아 혁신안 69개 과제가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LH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아직 검토 중인 1~3안 중 조직개편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LH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루어진다는 건 혁신안에 담긴 독점적·비핵심 기능 분리, 조직 슬림화 등으로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LH노조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재발방지대책을 도입하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건 맞지만,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현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김도현 LH노조 정책실장은 “지금 LH는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비대화되어 있거나 비효율화되어 있지 않다”며 “불필요한 부분이 있더라도 노정 대화를 통해 조정해야 할 문제이지, 이를 국토부가 가져가고, 기재부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직개편이 정부 주도로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논의 중인 조직개편안은 현재 LH 안에 통합돼 있는 주거복지부문·토지부문·주택부문을 분리하고 재배치하겠다는 것인데, 어떤 안이 선택되든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노조에서는 조직의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창우 LH노조 공동위원장은 “LH의 역할이 축소되는 등 조직과 기능이 변화되는 혁신안이 발표될 경우, 정부정책 완수를 위해 지금 이 시각에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이를 감내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며 “LH의 진정한 기관 혁신을 위해서는 노, 사, 정,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대화 채널 안에서 신중하게 논의되고 검토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광조 LH노조 공동위원장은 “공공기관의 미흡한 내부통제 장치와 미비했던 법과 제도를 신속하게 보완·정비하려는 노력이 혁신안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혁신안의 최종 목적은 LH를 국민적 분노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어야 하며, 투기 행위가 경제적 이익이 아닌 경제적·직업적 불이익으로 돌아오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촘촘하게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LH는 한국토지공사(L)와 대한주택공사(H)로 분리돼 있었다가 통합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김도현 정책실장은 “LH 통합은 2009년에 이루어졌지만, 그전부터 10년 이상 통합 논의가 꾸준히 이어진 결과 이명박 정부 때 어렵게 통합된 것”이라며 “10년 이상 논의를 거쳐 어렵게 통합했는데, LH 사태 이후 높아진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LH를 희생양 삼아 다시 쪼개려는 것은 국민의 주거안정이라는 장기적인 안목 없이 졸속적인 단기처방으로 급한 불만 끄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LH 통합 이후 내부 구성원들은 ‘L출신이냐, H출신이냐’로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내부 갈등을 겪었다.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물리적 통합은 됐지만, 화학적 통합이 안 됐던’ 시간이었다. 노조도 오랜 시간 통합되지 않은 채 L출신 노조, H출신 노조, 통합 이후 입사 직원 중심 노조 3개가 각각 존재하다가 통합노조가 출범한 것이 2019년 3월이다. 현 노조 집행부는 노조 통합 후 처음으로 전 직원의 투표로 선출된 집행부다.
김도현 정책실장은 “출신으로 인한 내부 갈등이 많이 없어져 이제야 LH가 하나로 돌아가고 있는데 또다시 분리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장창우 LH노조 공동위원장(왼쪽)과 이광조 LH노조 공동위원장(오른쪽) ⓒ 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상급단체와 500명 규모 집회
“LH 쇄신·혁신” 경영진에 책임 물어
LH노조는 8일 경남 진주 LH 본사 앞에서 열린 ‘정부의 졸속·일방적인 LH 개악안 결사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졸속 개혁안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상급단체와 연대하여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노총, 공공노련, 공공연맹 등 상급단체를 비롯해 150여 명의 단위사업장 노조 위원장, LH노조 조합원 3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공공 노동자를 강제로 구조조정하고 LH를 질 낮은 일터로 바꾸는 것이 부동산 투기 예방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오산”이라며 “공공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노동 가치 훼손에 대응하여 140만 노동자가 LH와 함께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LH노조는 지난 4월 말 취임한 김현준 신임 LH사장이 혼란스러운 조직 내부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H노조에 따르면 김현준 신임 사장은 국세청에서 부동산 투기와 탈세를 다루는 조사국장 이력이 있는 인물로,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내홍을 겪는 LH 쇄신에 적격일 것이라는 기대와 평가가 따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LH 내부에서는 사장 임명 당시 기대감과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LH노조의 설명이다.
LH노조는 “김현준 사장 취임 이후부터 관련자 강력처벌 및 경영진 총사퇴 등 투명한 LH를 만들기 위해 책임자 처벌과 인적 쇄신을 계속해서 요구하였으나 실제로 이행되지는 않고 있다”며 “내부혁신 발판을 제시하는 노동조합의 요구는 묵살한 채 인적 쇄신을 포함한 어떠한 혁신대책에도 움직이지 않는 김현준 사장이 과연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LH 내부에서는 새로운 사장이 재발방지 시스템을 개선하여 구조적 개혁을 이루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김현준 사장은) 임명 의도와는 달리 투기자에 대한 처벌도, 조직 혁신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김현준 사장의 소통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자질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LH노조는 “향후 노조는 본질적 문제 해결이 아닌 인력 구조조정, 조직 개편 등 선량한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졸속 개혁안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상급단체와 연대하여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격화되는 갈등 속에서 김현준 신임 사장의 LH 혁신을 위한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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