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 이대로 파국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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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059회 작성일 21-06-02본문
“본국 법은 존중, 한국 법은 무시?” 국회 두 번이나 불려갔지만 악화일로
리포트_결국 여기도 외투기업 문제①
“장관 인사청문회에 사업장 노사 대표가 출석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지 않습니까. 한편으론 오죽했으면 이런 상황이 생겼을까 싶습니다.”(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노조 탄압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으로 지난달 4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했던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가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프랑스로 출국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인사청문회 당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출국금지 조치는 끝내 내려지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안경덕 장관은 “(페르노리카코리아 관련)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소 사건이 6건이 접수돼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수사하고, 추가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한 것인지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노동조합은 지난달 6일 서울 중구 페르노리카코리아 본사 앞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앱솔루트 등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프랑스 주류기업 페르노리카그룹의 한국 법인이다. 현재 노사는 2016년 임금교섭과 2017년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 중이다. 4~5년 치 교섭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사는 팽팽한 대립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데(지난달 기준 임금교섭 60차례 이상, 단체협약 교섭 35차례 이상),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대립과 갈등의 원인으로 사측의 노조 탄압을 지목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관계에 노조 탄압의 그림자가 드리운 건 2016년 장 투불 대표가 취임하면서다. 노조에 따르면 장 투불 대표가 막 부임했을 때만 해도 노사관계에 큰 불협화음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불화의 씨앗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강호 노조 위원장은 “노사 간의 논의가 갑자기 엎어지거나 노조 의견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사측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상황이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건 2018년 2월 노조가 장 투불 대표의 ‘반노조’ ‘노조 혐오’ 인식이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하면서부터다. 해당 녹음 파일은 2017년에 녹음된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한 녹취록에는 노조 와해를 암시하는 장 투불 대표의 발언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너무 많은 힘을 가졌다.
(Today, we’re not in a normal situation. The union has too much power.)
· 노동조합이 직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해 줄 필요가 없다.
(I don’t need the union to act for the good of the employees.)
· (유니온숍 해지에 대해) 아직도 굉장히 흥분되지만, 직원들에게 티 내지 않겠다.
(I’m still very excited, but I will not show it to the workers.)
· (그간의 관례가 노조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말에) 그게 내가 정말 노조를 공격하고 싶은 이유다.
(That’s really what I would like to attack.)
이뿐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기간, 영업전무 K씨로부터 욕설 등의 폭언, 성희롱, 갑질 등을 당했다는 내부 피해자가 속출했고 노조는 언론을 통해 이를 폭로했다. 노조가 확보한 10여 개의 진술서를 종합했더니 K씨는 평소에 욕설은 기본,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만큼 심각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K씨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직원들에게 “지난달 판매목표를 다하지 못한 팀장은 밥 먹을 자격도 없어! 다들 여기서 대가리 박아”라고 폭언을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직원에게는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자신이 씹던 껌을 씹으라고 여러 차례 강요하기도 했다. 나아가 노조는 K씨가 조합원에게 “노조를 탈퇴하면 승진과 더불어 모든 준비가 다 돼 있다”라는 말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현재 K씨는 퇴사한 상태)
결국 노조의 폭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장 투불 대표는 2018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에 이른다. 이 자리에서 장 투불 대표는 노조 와해 의혹을 제기하는 환노위 국회의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으며(이에 대해 장 투불 대표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의원들은 “외투기업이 본국 법은 존중하면서 한국 법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국정감사 이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 노사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회사는 2019년 1월 임페리얼 브랜드 위탁 판매를 발표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노조에 따르면 희망퇴직 대상자로 회사가 통보한 인원의 약 90%가 조합원이었으며, 그해 3월 130여 명이 퇴직하면서 구조조정은 마무리됐다.
이강호 위원장에 대한 부당대기발령 및 부당노동행위 의혹도 제기됐다. 2019년 1월 희망퇴직을 거부한 이강호 당시 수석부위원장에게 회사는 그해 5월까지 대기발령 후 직무를 찾아주겠다고 했지만, 직무 복귀는 15개월이 지난 2020년 4월 이뤄졌다. 그마저도 회사는 팀장, 팀원 한 명 없는 영업직으로 이강호 위원장을 배치했다. 배치 이후 이강호 위원장은 직무전환교육을 이유로 좁은 회의실에서 책상 하나와 컴퓨터 하나를 두고 홀로 온라인 교육을 들어야 했다.
지난달 4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이강호 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하루에 주어진 교육량이 어마어마한데 회사는 매일 시험을 치르고 낙제 통고장을 날렸다. 점수가 몇 점인지, 어떤 문항을 틀렸는지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노동조합 위원장을 여전히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장 투불 대표는 이강호 위원장이 직무에 복귀하는 데까지 15개월이 걸린 이유에 대해 “이강호 위원장에게 적합한 자리가 없어 그렇게 진행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직무전환교육을 이유로 노조 위원장을 괴롭힌 것 아니냐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질타에는 “이강호 위원장이 영업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진행하지 않아 새로 맡게 되는 업무에 도움을 주려고 교육을 진행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를 위해) 출국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그러나 청문회가 끝나고 노조는 장 투불 대표가 프랑스로 출국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회사는 업무상 출장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노조는 수사를 피해 달아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사 교섭은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이다.
노조는 회사에 조속한 교섭 타결을 요구하며 본사 앞 천막농성, 파업에 돌입했다. 이강호 위원장은 6월 30일이면 임기가 끝나는 장 투불 대표와 하루빨리 교섭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노동조합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인식을 전환해 불필요한 싸움을 끝내야 한다. 지금 이 싸움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건 노동자들이다.”
여기에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회사는 노동조합을 파트너로서 존중하며 여러 가지 노사 간 현안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성실히 협의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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