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상반기 도입이 무산됐다.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 합의로 기대감이 높았지만 관련 법안은 단 한 차례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계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만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4월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을 중점법안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했다.

2기 공공기관위 출범했는데 1기 합의는 미이행

노동계 관계자는 “지난해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노동계와 정부가 협력하기로 합의한 뒤 2기 공공기관위가 꾸려지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와 만났지만 비중 있게 지켜보면서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사노위 공공기관위는 지난해 11월18일 노동계와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국회에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논의 건의 △공공기관 노사 자율합의에 따라 근로자참관제·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노력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5일 임금체계와 임금피크제를 의제로 2기 공공기관위가 출범했지만 1기 합의가 하나도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노동계는 당초 올해 초까지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도입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 때문에 4월 재보궐 선거에 앞서 도입에 힘써 달라고 여당에 주문해 왔다.

하반기에 정치 이벤트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당장 7월 국회를 넘기면 여당은 대선 경선에 돌입한다. 경선 이후에도 국정감사 같은 일정을 소화하면 연말이다. 대선을 앞둔 여당이 재계의 반발이 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연말에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상반기 처리가 절실했다.

개별기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줄줄이 무산

그러나 여당은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김경협·김주영·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사이 개별 공공기관 노조가 시도한 노동추천이사제 도입 시도도 번번이 좌절했다. 금융노조 IBK기업은행지부는 지난해 1월 윤종원 기업은행장 출근저지를 중단하는 대신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기로 정부·은행과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이사 후보 2명 가운데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배제하고 사용자쪽이 추천한 인사를 선임했다.

이 밖에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KB금융지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도 무산했다. 지난해 1월 한 차례 노조추천이사제를 시도했다가 낙하산 인사로 무산된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다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청와대 내정설’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

신현호 노조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추진 당시 반려 사유 가운데 하나가 ‘정권과 맞지 않는다’였다”며 “공공기관 운영을 견제하는 노동이사제 도입마저 ‘코드’를 강조하고 노조추천이사를 들러리 세운 셈”이라고 비판했다.

수출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대정부질의에서 “노조추천을 포함해 편견 없이 역량을 보고 선정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비상임이사 가운데 한 명을 노조 관계자로 선임하는 제도다.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노조추천이사제보다 한 단계 강화한 내용이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경기·부산·인천·울산·광주·충남·경남이 조례를 제정해 노동이사제를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