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지역정보개발원 홈페이지 갈무리
▲ 한국지역정보개발원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노조위원장을 표적감사하고, 부서장 갑질을 눈감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위원장은 감사 스트레스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25일 한국노총 공공연맹 한국지역정보개발원노조(위원장 현대식)는 사용자쪽이 지난해 11월13일 단체협약 체결 이후 노조위원장을 같은달 17일부터 올해 2월10일까지 3개월여간 표적감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 노조위원장은 병원에서 중심장액성 맥락망막병증 진단을 받고 실명 위기에 놓였다.

노조위원장, 감사 스트레스로 실명 위기

노조는 사용자쪽이 회사의 치부를 비판한 노조를 표적감사로 탄압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식 위원장은 “그간 만연했던 부서장 갑질에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표적감사 대상이 된 것”이라며 “노조활동 이전 사업성과를 두고 먼지떨이식 감사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 대상은 현대식 위원장이 노조설립 전 맡았던 정보보안 관련 사업이다. 노조는 별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종결한 사업인데, 돌연 참여한 민간사업자가 문제를 제기했다며 사업 당사자였던 현대식 위원장을 감사에 회부했다고 했다.

사용자쪽 주장은 다르다. 노조활동과 관련 없는 업무상 민원 관련 감사였다는 것이다. 사용자쪽은 “사업 담당자라 조사했을 뿐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는 문제를 제기한 업체 대표가 정보개발원장의 대학원 동문이라는 데 주목한다. 노조는 사용자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청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현 위원장은 “사업 진행 중에도 평소 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감사는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결됐다.

“뺨·뒤통수 때리는 갑질
못 견딘 퇴사자 다수 생겨”

노조는 부서장 갑질 축소·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부서원이 갑질에 시달리다 퇴사할 정도로 심각한데도 사용자쪽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갑질은 노조를 설립한 지난해 8월 이전부터 지속했다고 한다. 노조는 “특정 부서에서는 부서원 15명 가운데 부서장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사람이 11명일 정도”라며 “뒤통수나 뺨을 맞고, 욕설을 들었다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또 “한 기업정보 공유 플랫폼의 퇴사자 의견을 수집한 결과 갑질과 괴롭힘, 꼰대문화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며 “심지어 퇴사자가 퇴사하면서 회사에 고충민원으로 구타와 빈발하는 갑질을 지적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용자쪽은 최근 부서장 1명을 조사해 징계할 계획이다. 가장 갑질 고발이 많았던 부서장으로 전해졌다. 그는 갑질 민원으로 부서장직에서 해임됐다가 몇 개월 뒤 다시 복직한 전력이 있다. 사용자쪽은 “노조쪽의 모니터링과 문제해결요구 사안 가운데 구체적인 1건에 대해 피해자 보호와 공정한 조사를 진행했다”며 “노조위원장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갑질 여부를 심의해 현재 징계 후속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수의 부서장 갑질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않은 사항이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피해자의 정식 문제제기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부서장을 조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판단은 다르다. 노조는 “갑질 문제를 지속해서 고발하자 사용자쪽은 어떤 부서장인지 특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면서 모든 부서장을 다 조사하면 직무 공백이 발생하고,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조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개발원이 수년간 고충민원이 제기됐음에도 경영평가 같은 외부기관 조사에서는 단 한 건도 문제가 있었음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용자쪽은 “지난해 갑질신고는 한 건도 없어 경영평가 보고서에도 기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