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씨티은행지부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 이탈 움직임이 커졌다. 씨티그룹이 4월14일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소비자금융 철수를 공식화했고,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도 전 세계 776개 지점을 400개까지 줄이는 계획을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밝혔다. SC제일은행의 점포수가 199곳으로 전 세계 SC그룹 점포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영향이 우려된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계 J트러스트그룹의 JT저축은행 매각과 ABL생명·라이나생명·동양생명·메트라이프생명·AIA생명 같은 보험사 매각설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금융위 1년 전 “국내 진입 정체·축소 움직임” 인지

이런 현상은 정부도 감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5차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2020~2022)에 따르면 국내에 진입한 외국계 금융사는 2015년 말 166곳에서 지난해 1분기 162곳으로 감소했다. 보고서에서 금융위는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외국계 금융사의 본점 수익성 악화 등으로 국내 진입이 정체 및 영업축소 움직임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는 저금리 정책 지속과 디지털 전환이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지속하면서 일반적인 예대업무나 개인 대상 상품으로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을 우리나라의 이른바 ‘관치금융’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씨티그룹이 국내 철수를 결정한 것은 이윤을 내기 힘든 가운데 농협과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추가적인 수익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라는 점에서 정치적 불안 때문에 발생한 홍콩의 이른바 ‘헥시트’(Hexit)와도 결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케시트’ 가속하면 금융권 일자리 소멸로 고용위기

그러나 지속해서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을 이탈하는 현상이 지속하면 고용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특히 금융사는 다른 일자리와 비교해 노동조건이 우수하고 임금 수준이 높은 좋은 일자리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상훈 금융노조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외국계 금융사의 이탈은 제조업 같은 산업과 비교해 손쉬운 측면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존 노동자 해고와 신규 일자리 소멸 문제는 고민해 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외국계 투자 현황을 점검한 결과 투자규모는 200억원대를 무난히 상회하는 가운데 금융사가 줄어들고 고용이 비교적 적은 4차 산업이나 그린뉴딜 관련 산업이 늘어나는 현상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통계청의 외국계기업 국내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337곳이던 금융·보험기업수는 2019년 305곳으로 감소했다.

한국씨티은행의 노사 갈등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했다. 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위원장 진창근)는 소비자금융 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진행해 고용을 유지하자는 것에 가깝다. 카드부문과 개인·커머셜부문 같은 소비자금융을 한 인수처에 ‘통매각’해 고용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씨티은행 차원의 희망퇴직과 노동자 전적 같은 조치를 충분히 취하는 데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 경영진은 당초 통매각 전략을 내세우다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부분매각과 단계적 폐지(청산)로 선회해 노사 갈등을 키웠다. 지부가 지난 1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결과 99.14%가 쟁의행위에 찬성할 정도로 노사 갈등이 고조한 상태다.

단속 나선 여당, 노동존중실천단 씨티그룹 노사 면담

씨티그룹 소비자금융 철수로 국내 노동자의 고용위기 가능성이 커지자 여당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 의원 6명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을 찾아 노사와 면담하고 고용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을 비롯한 노웅래·민병덕·안호영·이용우·장철민 의원은 지부와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을 번갈아 만난 뒤 “노조의 고용안정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고, 유명순 행장도 매각을 노조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