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서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노조전임자수는 지금보다 늘어날까, 현재 규모를 유지하게 될까.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정하기 위한 노사 간의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발족식과 1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소관에서 경사노위로 이관된 뒤 열린 첫 회의다.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한도 포함 여부 쟁점
교대제 사업장·특수고용직노조 전임자도 과제
타임오프 제도는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유급 처리 노조업무시간을 법률로 정하는 제도다. 노동계는 노사 자율로 노조전임자 규모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대체로 해당 제도를 반대한다.
경사노위로 논의의 장이 옮겨진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무관치 않다. ILO는 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부 개입 여지를 낮추기 위한 조치로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로 논의의 장을 옮긴 것이다.
심의위 논의 쟁점은 개정 노조법 부칙에 이미 드러나 있다. 부칙에는 “법 시행 즉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조합원수, 조합원의 지역별 분포,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연합단체에서의 활동 등 운영실태를 고려해 근로시간면제 한도 심의에 착수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타임오프 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 셈이다.
핵심은 상급단체 파견전임자를 타임오프 한도에 포함할지 여부다. 8년 전 열린 심의위에서 노동계가 주요하게 주장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당시 공익위원들은 단위사업장 노조의 전임자를 상급단체에 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했지만 결국 제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병원이나 요양·돌봄 등 교대제로 운영되는 사업장의 타임오프 한도 조정 문제도 검토 대상이다. 특수고용·임시일용직을 주로 조직하는 노조의 전임자급여 보장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현 타임오프 한도는 ‘종사근로자인 전체 조합원수’만을 고려하고 있어서 고용단절이 수시로 발생하는 특수고용직에게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조성혜 교수 위원장에 호선
노사 “신속하게 심의하자” 공감대
노사는 가중치 재조정을 놓고도 공방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행 타임오프 한도는 조합원수에 따라 10개 구간으로 시간한도를 2천~3천600시간으로 나누고 있다. 1천명 이상 사업장 중 2개 이상 지역에 근무지가 있는 곳에는 가중치를 10~30% 부여하는 내용으로 규정돼 있다.
재계는 현행 수준 유지를 주장할 전망이다. 심의위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총 전무는 이날 첫 전원회의 인사말에서 “2013년 심의위에서 제도적 보완이 충분히 마련됐고, 당시 특별한 사항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재심의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며 “여러 상황을 봤을 때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지만, 최선을 다해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타임오프제 도입으로) 노사관계를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상급단체의 역할과 활동이 크게 위축됐고, 중소규모 사업장 노조활동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기본권을 구체화하고, 노사자율 교섭원칙을 실현하고, 사업장별 다양한 노사관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원회의가 당장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조법 시행령에는 경사노위 위원장이 심의위에 심의 요청을 하면 심의위는 60일 이내에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와 관련한 새로운 방향을 잡는 자리가 시작됐고, 산업 대전환이라는 상황을 앞둔 것과 연동된 충분한 논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실태조사 등이 마무리되고 제반 여건이 숙성되면 적정한 시기에 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첫 전원회의에서 노·사·공익위원들은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27일 2차 전원회의를 열어 노사가 개정 노조법 취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실태조사 필요성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후 회의는 2주마다 한 번씩 개최된다.
심의위 위원장은 공익위원 중 호선된 조성혜 동국대 교수(법학)가 맡는다. 이동호 사무총장이 근로자위원 간사, 류기정 전무가 사용자위원 간사,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공익위원 간사로 지정됐다. 세 사람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