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사내전산망을 이용한 노조의 설문조사 이메일 발송을 막거나 삭제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2일 교섭을 재개했다.

2일 금속노련에 따르면 충남지노위는 지난달 31일 삼성디스플레이노조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노조가 제기한 5건 가운데 사내전산망을 이용해 산업안전에 관한 설문조사 메일을 금지·차단한 건과 사내전산망을 이용해 해외출장 노동조건에 관한 설문조사 메일을 삭제한 건, 총 2건에 대해 노조의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개입하려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노조는 올해 3월15일 사내전산망을 이용해 직원 2만1천여명을 대상으로 산업안전에 관한 설문메일을 발송하려 했지만 회사가 발송 승인을 거부했다. 단협 13조에는 “사내 인트라넷을 활용해 대량 메일을 발송할 경우 사용규정에 따라 담당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규정상 5천명 이상에게 대량메일을 보낼 경우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같은달 19일 사전승인을 받아 해외출장 노동조건에 관한 설문메일을 보냈는데 회사는 30분 만에 해당 메일을 ‘발신취소’했다. 이미 열람한 직원들의 경우 각 메일보관함에서 메일이 삭제됐다.

회사는 “단협 규정은 사내전산망을 활용한 메일 발송만 허용하는 취지일 뿐 사내전산망의 설문조사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게 아니다”며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설문조사가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하며 노조 이외 다른 직원들은 사내전산망 설문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충남지노위는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문을 사내전산망에서 삭제한 건 △해당 성명문이 삭제됐다는 사실을 메일을 통해 발송하려 했지만 발송을 차단한 건 △사내전산망 임직원 정보에 노조 직책 병기를 거부한 건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성근 공인노무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설문조사는 노조의 기본적 조합활동이기 때문에 회사가 단협을 임의로 축소 해석하면서 이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확인한 판정”이라고 설명했다. 지 노무사는 “(기각된 3건 가운데) 특히 노사협의회 비판 성명문 삭제 건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조의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삼성의 노무전략)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며 “재심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재심신청 여부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달 25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와 김정란·이창완 노조 공동위원장 면담 이후 사측의 요청으로 교섭이 재개된 것이다. 노사는 지난 4월27일까지 총 8차례 교섭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됐다. 노조는 지난달 중노위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해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