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1년 동안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의 산업현장 안착을 준비하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별·업종별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년 경사노위 활동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불참과 양극화 해소 방안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문 위원장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출입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4년 경사노위 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1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주 52시간제 도입과 탄력근로제 합의 “성과”
“민주노총 불참 아쉬워 … 참여 어려울 듯”
2018년 11월 출범한 경사노위는 노사 계층별대표 6명을 포함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기대는 출범 석 달 만에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됐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도입 후속대책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의 노사정 합의안이 제출되며 격랑의 불씨가 됐다. 이 문제로 민주노총 내부에서 경사노위 불참 기류가 강해졌고 끝내 지도부 교체로 이어졌다.
문 위원장은 “한국노총과 경총이 중심이 돼서 어려운 과제이던 노동시간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고, 연장선에서 탄력적 운용(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한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로 인해 노동시간과 관련해 노사 간 큰 마찰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사건은 가장 아쉬운 기억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완전체로서의 사회적 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민주노총이 스스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의하지 않으면 한국노총과 경총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는 이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극화 해소와 고용플러스 위원회는 격차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사노위 핵심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설치된 의제별위원회이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 플랫폼노동 문제 등 갖가지 사회 불평등 현안을 점검하는 데에만 활동시간을 소모했다. 어수봉 전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해당 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양극화 관련 논의는 많이 했는데 애초 기대만큼 의미 있는 합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한국노총과 경총이 양극화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하면서 논의를 이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후 노사정 대화 했어야…”
경사노위는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1년 동안에는 중대재해 문제와 ILO 기본협약 안착, 플랫폼노동 문제에 집중할 예정이다. 문 위원장은 “정부로서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 때문에 (경사노위에서) 합의는 못 했지만 입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아쉽고 서운한 점이 있지만 한국노총과 경총이 기본협약 비준에 이은 현장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변했다. 그는 “철강·건설·화학 등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에서 세부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한국노총과 경총이 위원회 구성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길 부탁드린다”며 “노사정 대화로 중대재해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시행에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후 산재사망이 계속 발생했고, 서운한 것도 많았겠지만 서로 빨리 만나서 논의해야 했는데 안 됐다”며 “지난 6개월간 가슴이 많이 탔다”고 덧붙였다. 경총 불참으로 경사노위 활동이 6개월간 중단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사정은 코로나19 전파·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여름 휴가시기와 장소 분산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경사노위는 서면 논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안전한 여름 휴가 보내기 노사정 협력 결의’를 이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