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맡은 건설현장에서 올해 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진 이유를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관심 부족 때문이라고 정부가 진단했다. 정부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했다면 태영건설 대표이사는 처벌을 피하지 못했다고 봤다.
“2년 연속 산재사망 … 대표이사, 안전보건 확보 의무 ‘소홀’
고용노동부는 26일 “태영건설 본사 감독에서 59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2억4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에서 2019~2020년 연속 중대재해가 일어난 건설업체에서 올해 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본사와 전국 현장감독을 병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2년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태영건설은 올해 벌써 노동자 3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노동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5일까지 태영건설 본사를 특별근로감독했다. 태영건설이 발주한 전국 건설현장 근로감독은 마무리 단계다.
본사 특별근로감독은 안전보건관리 인력·조직과 경영진 의지 같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점검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규석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이날 감독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 기업들에 준비를 촉구하기 위해 감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받지 않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기업에 알리는 컨설팅 성격의 감독이라는 얘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27일 시행한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따라 법인에 배상책임도 묻는다. 이 법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시행령에 담기는데, 현재 노동부가 준비하고 있다.
중대재해 예방 전사적 노력 강조
“예방노력 안 해 중대재해 나면 대표이사 처벌”
특별근로감독에서 노동부는 태영건설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얼마나 갖췄는지를 여섯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점검했다. 대표이사 리더십, 안전관리 목표, 인력·조직, 위험요인 관리체계, 종사자 의견수렴, 협력업체 안전역량 제고 등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져야 할 최고경영자를 대표이사로 규정한 점이 눈에 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도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재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태영건설은) 대표이사의 활동·경영전략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관심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안전보다 비용·품질을 우선하는 기업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전사적인 안전보건 목표가 설정돼 있지 않고 이에 대한 평가도 없었다”고 진단했다. 본사 안전 전담팀이 사업부서에 편제돼 위상이 낮은 데다 안전보건직 정규직 비율이 낮은 점, 위험성 평가와 안전교육이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된 점, 노동자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한 점, 협력업체 선정시 안전보건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거론했다.
김 국장은 “여섯 가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의 핵심 내용”이라며 “이게 제대로 안 돼 있으면 앞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가) 처벌받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 발주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불시점검 중간 결과도 공개됐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거나, 현장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선임되지 않는 등의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문제 발생 원인을 “본사 경영진의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부는 태영건설에 안전관리 인력 증원과 실효적인 안전관리조치 개선계획 마련을 권고했다.
노동부는 태영건설에 이어 대우건설을 대상으로 조만간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