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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껍데기뿐인 ‘약속’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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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34회 작성일 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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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뿐인 ‘약속’은 이제 그만

 

진정성 있는 대화 위해 관료사회 개혁이 최우선’
[인터뷰]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 기업은행지부

2019년 11월,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형선)는 기업은행장 제청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에 높은 조직 이해와 전문성, 소통 능력을 가진 행장 임명을 촉구했다. 이는 금융권 내 관습처럼 내려오던 ‘관치금융’을 거부하겠다는 의미이자 자율경영을 보장하라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2020년 1월 3일, 청와대는 청와대 전 경제수석이었던 윤종원 행장을 임명했다. 노조는 27일간의 행장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고, 당·정·청과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를 포함한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행장 선임은 마무리됐다. 시간이 흘러 2021년 4월,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업은행지부는 전당대회가 있는 5월 2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 지난 행장 출근 저지 투쟁 당시 정황은?

근 10년 동안 내부 출신 행장이 선임됐던 기업은행에 관료 출신 행장이 선임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직접 낙하산 행장을 선임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는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투쟁 중에 당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주말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고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강기정 수석이 먼저 제안했어요.

(노동조합이) 제청권자인 은성수 금융위원장한테도 합의안에 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자신이 합의서에서 빠져야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면서 빠져나갔죠. 청와대에서 먼저 제안했고, 금융위원회에서도 약속했던 사안이니까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무산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 노동조합이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과정에서 이슈화를 최소화했던 이유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은행장이 제청하면 수용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입장을 다방면으로 확인했어요. 노동조합도 사외이사 국민 추천 등 이슈화를 통해 노조추천이사제 홍보도 하고 제대로 된 인물 선정도 하려 했지만, (당·정·청으로부터) 자신들을 곤란하게 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죠. 이해당사자인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노조추천이사제를 성취해내는 것이 노사정 대화에 있어서도 사회적으로 귀중한 진전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재보궐선거를 마친 다음날 뒤통수 치는 식으로 정리를 한 거죠.

- 노조추천이사제 무산의 의미는?

이 약속은 노사정 합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요. 노동조합과 한국노총 위원장, 금융노조 위원장,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금융위원장, 행장까지 함께 합의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대화’의 일환이었다고 봐야겠죠. 이해당사자인 내부 구성원이 새로 선임된 행장을 인정한다는 점에 대한 약속이었던 건데, 그 약속을 마치 헌신짝처럼 내버린 겁니다. 이번 노조추천이사제의 무산은 단순히 무산의 의미가 아닙니다. 노사정이 합의를 통해 이끌어낸 약속을 당·정·청이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기업은행 전체 구성원, 나아가서는 노동계의 신뢰까지 저버리는 일이었습니다.

- 금융노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국민들이 세운 촛불정부에 신뢰를 가질 명분이 있는지, 이대로 놔둬도 되는 건지 노동계가 근본적인 고민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봐요. 개혁을 하려는 주체에 대한 신뢰감이 있어야, 국민이 개혁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잖아요? 정권 4년차에 국민들은 ‘당신들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라고 말하는 거거든요. 정부가 이번 기업은행 사태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서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노동계도 현 정부를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이번 합의가 쟁취의 과정에 있다고 보지 않았어요. 소통과 대화의 과정으로 바라봤던 거죠. 문제는 아직도 당·정·청은 노동조합을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뿐 대화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당 차원에서는 약속 이행과정을 점검하지 않았고, 늘 그런 식으로 약속하고 덮어왔으니까요.

사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관료사회라고 봅니다. 작년 수출입은행 사외이사 선임 과정으로 미뤄봤을 때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의 결격 사유라는 게 결국 정권에 반하는 얘기를 한다는 것이거든요. 노조추천이사제라는 건 일방적인 개악 시도 등에 대한 경영견제의 역할이 포함돼 있는 건데, 지금과 같은 기조라면 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죠.

청와대와 대형 집권여당이 관료사회의 기조를 꺾어내지 못하고, 정권 창출에 함께 했던 동지들과의 약속도 관료사회에 넘기고 있는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봅니다.

- 금융노조 차원에서의 대응은?

사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조추천이사제를 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타 공공기관을 포함한 노동이사제 입법을 추진하든, 아니면 노조추천이사제를 정관에 명시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3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안이기도 하잖아요?

- 기업은행지부가 요구하는 바는?

노동조합과의 6대 합의 속에는 노동이사제, 2030세대 채용, 국책은행 인력 운영 해소를 위한 희망퇴직, 공무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직무급제 등을 다룬 내용이 녹아있어요. 노사정 합의의 유효기간은 올해 연말까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결론을 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합의 이행을 출발로 어떻게 노동계와의 신뢰 회복을 할지 그 여부에 따라 정권 재창출에 대한 노동계의 입장도 결정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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