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근로자건강센터 운영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0명 미만 사업장에는 3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그런 가운데 근로자건강센터는 보건 분야 소규모 사업장 산재예방정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센터가 ‘산재예방 주치의’ 역할을 하려면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는 불안정한 운영시스템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빠듯한 예산에 주먹구구식 운영
의사 구하기 어렵고 비정규직이 70%
23일 한국노총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근로자건강센터는 226명의 인력으로 전국 23개 센터, 21개 분소, 13개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력의 71.2%(161명)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은 65명에 그친다. 근로자건강센터의 올해 예산은 206억6천100만원이다. 이중 170억원 이상이 위탁 운영비로 사용된다.
의사가 근무하는 센터 1곳당 운영비는 4억8천만원가량인데 연간 7천명 이상의 노동자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비용이다. 올해 필수노동자 건강검진 같은 지원사업을 근로자건강센터가 맡으면서 센터당 예산이 7천만원가량 증액됐다. 의사 없이 간호사 1명으로 운영하는 분소의 예산은 연간 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직업트라우마센터는 총예산이 연간 1억2천만원인데 심리상담전문가 2명을 필수인력으로 둬야 한다.
빠듯한 예산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의사를 둬야 하다 보니 센터 대부분 쥐어짜다시피 운영하는 실정이다. 일부 센터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나머지 인건비 예산을 의사 채용에 쏟아붓는다. 4억8천만원의 예산 중 4억원을 인건비로 쓰는 센터도 있다. 그런데도 주 40시간 상주 조건으로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센터가 다수 생기면서 지난해 3월 의사의 근무시간을 주당 20시간 이상(1일 4시간, 주 3일 이상 근무)으로 운영지침을 개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위탁 운영기관이 변경될 때마다 고용승계 문제가 대두되면서 소규모 사업장 건강관리 전문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근로자건강센터는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의 정책을 수행하는 손발 역할을 하는데 장기적인 투자나 명확한 가이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소규모 사업장 산재예방 거점
“운영체계 개편 불가피”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근로자건강센터 활성화 방향’ 간담회에서는 센터의 운영체계 개편 방향으로 5가지 안이 제시됐다. 그중 근로자건강센터를 안전보건공단 별도 산하기관으로 신설하는 방안과 근로복지공단으로 이관하는 안이 유력하게 논의됐다.
이연섭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은 “안전보건공단에는 의사 직렬이 없어 병원을 가지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으로 이관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런 방안을 각각 공단에 제안하고 앞으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올 초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면서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되,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 범위에서 지원하는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산재예방 정책사업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의 운영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노동계와 전문가들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