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이달 초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플랫폼노동공제회 추진단을 신설했다. 올해 안에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을 목표로 하는 한국노총이 조직화사업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7일 송명진 한국노총 플랫폼노동공제회 추진단 본부장은 “상반기에 공제회 모델에 대한 설계를 마치고 하반기에는 시범 형태로 공제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올해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
한국노총은 지난해 ‘플랫폼노동연구회’를 만들어 플랫폼 노동자 조직화 방안을 모색해 왔다. 한국노총이 노동공제회에 주목한 것은 현행 노동관계법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비정형 노동형태인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면서 조직화로 이어 갈 수 있는 모델로 봤기 때문이다. 송 본부장은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조건이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 기존 노조로 조직화가 어려운 조건”이라며 “플랫폼 노동을 비롯한 비정형 노동 확산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운동 전략이 필요했고, 유력한 대안이 공제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축에서는 노동관계법과 사회보장법을 개정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한 축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당장 필요한 사회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공제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공제연합 ‘풀빵’ 창립
좋은이웃, 지역노동공제회로 확대
이미 노동공제회가 설립된 곳들은 조직을 지역 차원으로 확대하거나 전국 연합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1월 전국 노동공제 연합단체인 사단법인 풀빵이 창립을 선언했다. 풀빵에는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대리운전협동조합, 전태일재단과 노회찬재단, 라이더유니온·셔틀버스노조,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제회 좋은이웃 등 11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공제는 단체교섭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어려운 노동자가 생활 속 연대를 통해 스스로 단결권을 구축하고 더 큰 연대로 나아갈 수 있는 실천운동”이라며 “소규모의 산발적인 노동공제 설립 시도를 넘어 실효성 있는 중소 규모 노동자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하고, 동시에 노동자 결사체로 확산시킬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해 연합단체를 결성했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풀빵의 핵심 사업은 노동공제에 대한 연구와 사업모델 개발, 교육과 조직에 전문적·통합적 지원이다.
2015년 3월 출범해 햇수로 6년차를 맞은 좋은이웃의 변신도 주목된다. 좋은이웃은 올해 지역노동공제회를 설립할 예정이다. 최은미 좋은이웃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생활공제회를 통해 노동자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은 분명한 성과지만 인적·물적 한계로 정체기를 맞고 있다”며 “이런 어려움을 뚫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노동공제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흥의 반월·시화공단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주체로 세워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공동복지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올해 9월 가칭 안산시흥지역노동공제회 추진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조직노동, 사회연대로 마중물 돼야
“노동공제회 특별법 제정 필요”
노동공제회는 노동자의 상호부조와 자조·자립을 위한 조직이다.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나 플랫폼 노동자처럼 노조로 뭉치는 것이 쉽지 않은 노동자에게는 잠깐이라도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우산’ 같은 역할을 한다. 2019년 출범한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는 계절 실업을 겪는 영세한 봉제사업주와 노동자에게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은 지난해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봉제인들에게 공제회의 소액신용대출은 유일하게 ‘비빌 언덕’이다. 임영국 봉제인공제회 상임이사는 “봉제인들이 워낙 열악한 환경에 있다 보니 노동이력 증명도 안 되고, 사회보험도 가입되지 않아 정부의 재난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공제회 신용대출이 비록 소액이지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노동공제회가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115개 단체가 공제사업을 하고 있다. 주로 직역단체나 사업주단체가 만든 공제조직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비롯한 관련법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이 보험업이나 상호부조 같은 공제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공제회가 설립되더라도 공제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이다.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은 “노동공제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마중물이 필요하다”며 “기존 노조가 미조직 중소·영세·비정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연대 차원에서 힘을 쏟고 이와 함께 노동공제와 관련한 특별법을 만들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