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보건공단 주최로 15일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스크린도어 수리·점검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를 멈춘 것은 2016년 서울지하철 구의역 김군의 죽음이었다.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렸고,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은 구조적 사고 원인을 밝혔다. 부실시공과 경영효율화, 안전업무의 외주화 같은 구조적 원인이 드러났고, 안전인력이 서울메트로에 직접 고용된 뒤에야 사고는 잦아들었다. 2013년 성수역·2015년 강남역, 이미 두 명의 스크린도어 수리·점검 노동자가 업무 중 재해로 죽음을 맞은 뒤의 일이다.
이와 관련해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강남역 사고 당시 공단의 재해조사보고서에서 제시된 재발방지대책은 스크린도어 정비·수리를 위한 마스터키를 별도로 함을 만들어 역무실에 비치하는 것이었고, 서울메트로는 마스터키함 관리를 누가 할 것인가를 놓고 공방하다가 실질적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말했다. 반면에 구의역 사고에 대해서는 “시민참여 방식으로 재해조사보고서를 공개했고, 재발방지대책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고 비교했다. 그만큼 재해조사보고서의 내용과 질이 사고예방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재예방에 관한 논의가 확대하는 가운데 중대재해조사보고서가 산재예방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재해조사 기간 확대·조사기관 전문성 제고·재해조사보고서의 전면 공개 등 다양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해조사 90%가 3일 이내 조사
이수진(비례)·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안전보건공단이 주최하고, 한국노총이 후원했다.
2020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주한 ‘재해조사 보고서의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를 공동수행한 조흠학 인제대 교수(보건안전공학과)는 “재해조사 기간이 7일 이내라서 사고 발생 이후 단순한 현장조사만 이뤄져 재해 원인과 예방대책이 단순하게 작성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재해조사 기간 연장을 주문했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중대재해조사보고서 740건을 분석한 결과 재해조사 기간이 3일 이내인 경우가 90.2%(668건)를 차지했다.
조 교수는 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재해조사보고서가 노동부의 사업주 처벌 자료로 활용돼, 재해 원인과 대책처럼 법률적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은 최대한 배제된다는 구조적 원인도 지적했다. 안전보건공단 연구용역 결과 기술적 관리 원인을 제시한 조사는 621건 중 1.6%(10건)에 그쳤다.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재해보고서 공개와 함께”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투명한 재해 사실·중대재해조사보고서 공개에 목소리를 모았다.
강태선 세명대 교수(보건안전공학과)는 “중대재해를 포함한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 기존 재해 원인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과 대책에 관한 정보가 절실하다”며 “재해 원인이 공개돼야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조치”라며 “‘공표할 수 있다’는 모호한 표현 대신,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반드시 공표하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13조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그 발생 사실을 ‘공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공단 차원에서 조사 권한을 가질 것인지, 충분한 조사 기간, 인력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 이의가 없다”며 “다만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확보, 질적 제고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