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된 ILO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에서 가이라이더 ILO(국제노동기구)사무총장과 비준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의사를 ILO에 전달했다. 1991년 ILO에 가입하고,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드디어 지키게 됐다. 하지만 특수고용직을 포함해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협약 취지가 국내법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고 비준하지 않은 기본협약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기본협약 비준이 노동권 신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사정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전망이다.
2022년 4월20일 협약 발효
정부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회의실에서 ILO와 화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을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정부가 이날 기탁한 ILO 기본협약은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29호)이다. 이로써 우리는 ILO 기본협약 8개 중 7개를 비준하게 됐다. 전체 ILO 협약 190개 중 비준한 협약은 27개에서 30개로 늘어난다.
ILO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은 “이번 비준은 노사정의 지속적 협력이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 추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한국 국민의 신념을 증명한다”며 “한국 내 노사관계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재갑 장관은 “1991년 한국이 ILO에 가입한 이후 핵심협약 비준까지 힘든 과정과 3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협약을 잘 이행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핵심협약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현장에서 노동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건강한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사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본협약 비준으로 국격과 국가 신인도가 높아지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등 노동조항이 담긴 FTA에서도 분쟁 소지가 줄어 통상위험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기탁한 기본협약 비준서는 1년 후인 2022년 4월20일 발효된다. 기본협약 이행을 위해 노사 당사자와 국가 기관 등에 준비할 시간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노조법 ILO 정신 위배, 재개정 필요”
노동계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ILO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자 개념을 넓히지 않고 노조 가입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특수고용직·해고자 등이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법의 근로자 개념을 넓혀야 한다는 한·EU FTA 전문가 패널의 권고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본협약이 발효하면 근로자 개념을 넓히지 않은 노조법은 무효가 되고 새로운 법인 기본협약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동부는 ‘할 일은 다했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개정 노조법이 ILO 핵심협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지만 일반법과는 달리 원칙적·추상적 조문으로 구성돼 있어 구체적 사안에 직접 적용은 어렵다”고 밝혔다.
기본협약 중 비준하지 않고 있는 강제노동 철폐협약(105호)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과제다. 이 협약은 ILO 회원국 187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11개국만이 비준하지 않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이 협약 내용과 맞지 않는다.
한편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노조법의 협소한 근로자 정의로 인해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노동자 범위는 여전히 좁다”며 “정부는 ILO 핵심협약에 위배되는 노조법에 대한 추가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