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水葬)을 허용하고 있어 비인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선원법 17조가 코로나19 국면을 타고 기사회생했다. 선원노련이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29일 연맹에 따르면 지난 27일 수장 조항을 ‘사망자 발생시 인도의무’로 수정하는 내용의 선원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 현행 선원법은 항해 중인 선박에서 사람이 사망하면 수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수장을 금지하고 의무적으로 시신을 기항 예정 항만 또는 가까운 항만으로 이동해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17조 제목을 수장 대신 ‘사망자 발생시 인도의무’로 변경하는 안이다. 이 밖에도 개정안은 선원 여권을 선박소유자가 대리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고 여성 선원이 생리휴가를 청구하면 의무적으로 승인하며, 선원에 대한 상병보상지급액이 최저임금을 넘도록 규정하는 등 선원 인권을 강화했다.
그런데 농해수위 심의 과정에서 예외적으로 수장을 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17조2항을 신설해 선박에 있는 사람이 전염병으로 사망해 선내 감염이 우려되거나 기항 예정 항만에서 시신 인도가 지속적으로 거부되는 경우 등 해양수산부령에서 정한 사유가 있을 때 수장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연맹은 “수장 권한을 가진 선장은 전염병으로 사망했는지 판단할 의학적인 전문성도 권한도 없다”며 “죽음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못한 채 시신을 바다에 버리는 끔찍한 수장제도를 법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오로지 돈만을 좇아 사람을 사고팔던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수장제 폐지를 위해 발의한 법안이 수장제 유지로 바뀐 배경으로 연맹은 선박소유주의 추가비용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선박소유주가 시신 인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논의 과정에서 예외를 열어 준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맹은 “선원 사망시 선장의 수장 권한을 법으로 명시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수장 조항은 선박 시설이 뒤떨어졌던 시절 시신 부패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불가피하고 비인권적인 제도이므로 21세기에는 유효하지 않는 조항인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