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에서 매주 5천명이 석면 노출로 인한 폐질환이나 폐암으로 죽고 있다. <국제노총(ITUC)>
국제노총(ITUC)은 지난달 28일 세계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안전보건 문제를 기본협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 차별금지, 강제노동과 아동노동의 철폐로 이뤄진 현행 일터의 기본권리(fundamental rights at work)에 직업안전보건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6월 열린 108차 ILO 국제노동회의(연차세계총회)는 ‘ILO 100주년 일의 미래를 위한 선언’이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ILO 이사회가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을 ILO의 ‘일터의 기본원칙과 권리’ 체계에 포함시키는 제안을 빠른 시일 안에 고려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 결의문은 ILO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구성한 ‘일의 미래 위원회’가 논의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일의 미래 위원회’는 국제노동회의에 제출한 문서에서 “1998년 ‘ILO 일터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명시된 기존 권리들과 더불어 직업안전보건도 일터의 기본원칙과 권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초 출범해 2019년 상반기까지 1년반 동안 활동한 ‘일의 미래 위원회’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이 일터의 기본원칙과 권리가 될 수 있는지를 토론했으나 여러 가지 법률적·기술적·실천적 문제로 인해 구체적인 문구를 합의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대신 ‘일의 미래 위원회‘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이 좋은 일자리의 기본(fundamental to decent work)”임을 선언하고 ILO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19년 하반기에 열린 337차 ILO 이사회는 “안전하지 않거나 건강에 해로운 근무조건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지난 100년 동안 ILO의 목표로 등장했음”을 확인하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이 1919년 제정된 ILO 헌장과 1944년 개정된 ILO 헌장(필라델피아 선언)에 부합한다고 확인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열린 341차 ILO 이사회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을 일터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체계에 포함시키는 절차 지침 개정”을 승인하고, “ILO 사무총장이 올해 11월 열리는 343차 이사회를 위해 (이 문제와 관련된) 문건을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
ILO는 1919년 창립 이래 직업안전보건 기준과 관련해 모두 20개 협약, 1개 의정서, 27개 권고를 채택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155호 직업안전보건 협약(1981년 채택), 161호 직업보건사업협약(1985년 채택), 187호 직업안전보건 기본체계협약(2006년 채택)이 있다. 155호 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71개국(한국 2008년 2월20일 비준), 187호를 비준한 나라는 52개국(한국 2008년 2월20일 비준)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161호 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34개국에 불과하다.
ILO의 틀 밖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권리로 인정하는 국제협약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1948년 12월 국제연합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이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정의롭고 좋은 일의 조건”과 “개인의 생명·자유·안보”에 관한 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연합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협약’도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을 포함한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헌장도 “최상의 건강 기준을 향유하는 것이 기본권 중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샤란 버로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직업안전보건을 ILO의 기본권리로 만듦으로써 대학살을 중단시켜야 하는 정부와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으며 동시에 노조와 안전대표자에게 더 많은 지렛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LO에 따르면 일과 관련된 사고나 질병으로 죽는 노동자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278만명에 이르며, 다치거나 병든 노동자는 3억7천400만명이다. 안전보건 문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글로벌 수준에서 국내총생산(GDP)의 3.94%에 이를 것으로 ILO는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