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요샌 1주일 단위로 세상을 본다. 한 주간에 일어났던 노동소식을 이 칼럼을 쓰는 월요일 오후가 돼서야 찾아서 읽게 된다. 지난주(17일)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고, 이로 인해 이 나라의 노사가 반발했다는 소식을 나는 어제(22일) 읽었다. 이와 관련해서 노동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봤다. 노동부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경영계 의견을 패싱했다는 기사 관련’한 설명자료까지 작성해 배포하기까지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이 있었고 지난달 26일 그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던 터라 이번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관심이 높았을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노사가 반발한 내용들을 읽어 보니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비판에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것이 포함돼 있었다. 노조법 개정에 대한 불만이 그 시행을 위한 대통령령 개정안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 것이겠다.

2. 노동부가 발표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살펴보니,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개정 노조법의 시행을 위한 것만 포함하고 있지 않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법률유보원칙 위반으로 무효라고 선고했던 지난해 9월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서 노조법 시행령에서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중대한 침익적 처분으로서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스스로 형식적 법률로써 규정해야 할 사항이고, 행정입법으로 이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위임이 있어야” 하는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이하 ‘노동조합법 시행령’이라 한다) 9조2항은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해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니 노동부가 “노조 아님 통보”할 수 있도록 한 노조법 시행령 규정은 당연히 무효인 것이다. 그래서 노동부는 그 시행령 규정을 정비하고자 한 것이겠는데, 그렇다면 무효가 된 시행령규정을 삭제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시행령 개정안을 읽어보니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현행 시행령에는 행정관청이 “시정을 요구”한 후 이행하지 않는 노동조합을 노조 아님 통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해, 개정안에서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9조2항). 하지만 노조법 시행령에서 노조설립 신고와 관련해서 노조 아님 통보는 시정 요구의 미이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서 서로 연동돼 있다.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하게 되는 노조 아님 통보 제도가 무효로 된 것이라면 굳이 시정 요구 제도를 유지할 까닭이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양대 노총이 행정관청의 시정요구를 존치해 노조활동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난한 것은 그동안 이 나라에서 노조 조직 활동에 대한 국가권력의 행태로 볼 때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노조설립 신고에 대한 보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노동부는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하고 활동하는 걸 국가권력이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를 빼앗는 것이다. 결사의 자유 등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는 오늘, 설립신고 제도를 비롯해서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하고 활동하는 걸 규제하는 노조법은 전면적으로 개폐해야 마땅하다.

3. 이렇게 이번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읽으니 어쩔 수 없이 나도 그러하다. 양대 노총과 마찬가지로 내 눈도 자꾸만 노조법을 쳐다보는 걸 피할 수가 없다.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고자 노조법 개정을 하고서 그 시행을 위해서 정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겠다. 그래도 나머지는 무엇인지 살피고자 시행령 개정안을 마저 읽어본다.

4. 근로시간 면제한도 결정 기준을 “전체 조합원수”를 “종사근로자인 전체 조합원수”로 개정된 노조법에 부합하게 시행령 규정을 변경하고(11조의2 등),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소속이 노동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개정된 노조법에 맞춰 시행령 규정을 변경하며(11조의3 내지 6),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조합원”을 “종사근로자인 조합원”으로 개정된 노조법에 맞게 시행령 규정를 변경하고 있다(14조의7).

그리고 ‘사용자가 과반수노조를 공고하지 아니한 경우’를 교섭대표노조 결정에 이의신청 사유로 추가하고(14조의7), 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3년으로 확대한 노조법 개정에 따라 협약 유효기간 상한과 사실상 연동됐던 교섭대표노조 지위유지 기간을 분리해서 사용자와 체결한 첫 협약의 효력이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2년이 되는 날까지로 시행령을 개정하며(14조의10), 사용자 동의로 개별교섭시 1년 동안 개별교섭에 참여한 어느 노조도 협약 체결을 하지 못한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새로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분리된 교섭단위의 통합에 관한 노조법 개정에 따라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14조의11).

이러한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노조법 개정에 맞춰 해당 시행령 규정을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조법이 개정됐으니 그에 부합하게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것을 두고서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 개정된 규정 자체의 당부당을 논할 일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있다. 이 부분의 시행령 개정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살펴보자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와 같은 근본적인 관심사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주 노동부의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비판성명을 냈던 것이다. 한 마디로 그 근본적인 비판은 비준하고자 하는 ILO 기본협약 기준에 따라 노조법 시행령이 마련되고, 나아가 노조법도 개정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5. 이 ‘노동과 법’ 칼럼을 통해서 몇 차례 말을 했듯이 그동안 나는 ILO 기본협약에 부합하지 않는 노조법 개정에 매달리지 않았다.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에 내가 매달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말해 왔다고 강조하고 싶다.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에는 매달리지 않았다고 나는 말하는 것이다. 결사의 자유 등 ILO 기본협약 비준을 바라기에 자칫 노조법 개정을 앞세워 다시 비준되지 않는 일이 이 나라에서 일어날 걸 염려해서였다. 지난 촛불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ILO 기본협약 비준이 이행되기를 바라고 바랐다. 그 비준을 위해서는 어느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는 논란으로 노조법 개정이 미뤄지고 이 때문에 또 다시 비준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만 바랐던 것이다. 노동부의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에 대해서 민주노총이 논평한 바와 같이 “국회 동의를 받아 비준된 ILO 기본협약은 국내법, 구체적으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이니 “신법 우선 원칙,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ILO 기본협약에 반하는 노조법의 효력을 다투면 될 일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바라고 바랐던 일이다. 20여년을 노동자만을 대리해 온 노동변호사로서 노동자의 자유타령으로 살아 오면서 이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를 위한 노조법 개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절감하며 낙담해 온 터라 그러했을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노조를 조직해서 활동하는 것이 노동자의 자유로 온전히 보장되고 행사될 수 있기 위해서는 노조법의 전면적 개폐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것인데, 이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1953년부터 노조법 제·개정사를 보면 바로 알 수가 있다. 개정될 때마다 노동자가 노조할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 제한됐다. 심지어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직후 개정된 법률조차도, 1996년 말~1997년 초 노동법 날치기에 반대한 노동법 개정 총파업 투쟁 직후 제정된 노조법조차도 그러했다. 근래 가장 중대했던 2010년 개정된 현행 노조법도 그랬던 것이고, 그 뒤 개정은 그 시행상 문제를 반영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그랬던 이 나라의 노조법 제·개정사에서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안이 의결돼 올해 1월5일 공포됐다. 이례적인 노조법 개정이었다. 이전에 없었던 개정이었다. 노동자에게 노조할 자유를 보장·행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개정이지만,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 조금은 나아갔다는 것이 달랐다. 그렇지만 이렇게 개정된 노조법을 두고서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 행사를 보장하는 법률이라고 평가할 생각이 나는 조금도 없다. 자유를 말살한 법을 두고서 자유 운운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자유란 별 게 아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 국가권력이 불법과 범죄로 규제하지 않는 것이다.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해서 활동하는 걸 불법과 범죄로 규정하는 노조법을 두고서 노동자의 자유를 말할 수 없다고, 나는 이번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싶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