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분을 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노동자들이 보유토지를 신고하고 등록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재발방지와 부패 차단을 위한 정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노동자는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의 조롱글이 LH 노동자의 주된 여론으로 비춰지는 데 부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2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LH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수사에 충실히 임하면서 내부적으로 규정을 다듬어 책임자 파면과 재발방지·부패예방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LH 한 관계자는 “블라인드앱에 올라온 것처럼 ‘내부에서 신경도 안 쓴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전하고, 내부에서는 관련자 파면과 처벌, 재발방지를 적극적으로 고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설사 파면 과정의 인사 문제가 있더라도 모든 위험을 감수해 관련자를 파면하고 문제가 확인된 인사에 대한 복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자는 분위기”라며 “내부 차원의 전수조사를 비롯해 이번 기회를 LH와 부동산 유착 발본색원의 기회로 삼아 근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공사도 ‘블라인드 조롱글’ 수사 의뢰 등 진화 나서

이런 대응은 회사의 공식적인 대응과도 맞닿아 있다. LH는 14일 블라인드앱에 올라온 “아니꼬우면 이직해라”는 취지의 글 작성자를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에 따른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했다.

9일 블라인드앱에 올라온 해당 글은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 “한 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같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국민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공분을 샀다.

LH 사태는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정부의 2차 합동 조사에서 임직원 7명 의혹이 추가로 드러났다. 정부 합수본은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 22일 기준 61건, 309명에 대해 신도시 투기 의혹 내·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여론은 LH 해체를 향하고 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LH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체를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해체에 준하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달을 넘기지 않고 LH 혁신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해체론 확산 … 공익사업 중단 우려도

다만 3시 신도시 조성 등 현업이 있어 해체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LH가 맡아 온 공공임대 사업도 문제다. LH의 공공임대 사업은 젊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게 뼈대다. 그러나 이런 사업을 하면서 LH는 정부 보조를 받지 않고 다른 사업 분야에서 수익을 올려 공공임대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른바 ‘교차보조’다. 당장 LH를 해체하면 이런 사업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공공임대 사업 재원은 LH의 교차보조와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이다. 그러나 주택도시기금이 공공임대 사업에 지원한 돈은 2019년 9조5천780억원으로, 기금 전체 74조5천935억원의 12.8%에 그쳤다.

이번 LH 사태의 책임을 최초 제기한 참여연대는 공직자의 투기를 막고 이익을 환수하는 근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 마련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6일 공직자 부동산 투기 대응 활동을 공개하고 “이해충돌방지법에 ‘직무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시키고, 국회의원 이해충돌을 규제하기 위해 의원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공개하고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경우 의안별로 회피 및 제척하도록 국회법 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