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그룹에서 노조가 잇따라 결성되면서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노조 무력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1일 금속노련에 따르면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가 지난 18일 분회장대회를 열고 ‘노조 전환’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사원협의기구인 평사원협의회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평사원협의회는 지난해 2월 삼성화재에서 노조가 결성되기 전까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으로 참가하면서 사측과 임금협상을 했다. 전국에 170개 분회를 뒀다.
그런데 삼성화재노조(위원장 오상훈)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평사원협의회의 법적 지위가 논란이 됐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근로자위원은 과반수노조가 있으면 노조가 위촉하고, 없으면 직접·비밀·무기명투표로 선출해야 한다. 평사원협의회는 분회장 170명이 근로자위원을 뽑는 간선제로 운영했다. 가처분신청은 평사원협의회 회장단 7명이 일괄 사퇴하면서 ‘각하’로 마무리 됐다.
오상훈 위원장은 “노조설립 이후에도 노사협의회를 평사원협의회가 일방적으로 점유하고 근로자위원도 불법적으로 구성했다”며 “가처분신청 사건 이후 임의단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 직원이 인지하게 되니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조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는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적법하게 선출되지 않았다며 지위를 박탈했다. 오 위원장은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서 드러나듯 노사협의회의 노조 전환은 노조를 무력화하고 교섭권을 빼앗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며 “평사원협의회의 ‘회사노조’ 전환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이 2012년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사협의회를 노조의 대항마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노조 설립시 노사협의회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거나 “평상시 노사협의회가 사원 장악력을 갖도록 전략적 육성 필요”, 혹은 “유사시 친사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마인드와 역량 제고” 같은 내용이 담겼다.
삼성화재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소속 삼성계열사 노조와 삼성전자 1·3노조가 참여하는 삼성그룹노조 대표단은 22일 삼성그룹 노사협의회 불법 지원과 불법 운영을 노동부와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한국총괄부문 노사협의회가 명절 전 전 사원에게 식사를 제공할 정도로 막대한 비용을 회사에서 지원받았고 근로자참여법상 근로자위원 비상임·무보수 규정을 어기고 유급전임자로 운영하고 있다”며 “올해도 삼성전자는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와 임금 조정 협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는 회사가 근로자위원에게 매달 품위유지비 30만원을 지급하고 근로자위원 투표 전에는 50만원의 법인카드를 지급한 정황이 있다며 지난해 9월 노동부 성남지청에 진정을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