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코로나19로 민낯을 드러낸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하고 공공부문 사업장 민주화를 위해 노사정이 도출한 사회적 합의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근로자대표제 개선과 노동이사제 도입 같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사노위 19일 본위원회 개최
의제별·업종별 위원회 6개 합의안 의결

23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지난 19일 서면 방식으로 본위원회를 열고 ‘관광산업 생태계 유지와 고용안정을 위한 긴급 노사정 합의문’ 등 의제별·업종별위원회에서 합의한 6개 합의문을 의결했다.

본위원회에서 의결한 합의문 중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내용이 가장 많다. 관광산업 생태계 유지·고용안정을 위한 합의, 배달노동 종사자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합의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대화 당사자인 노동계는 합의 서명 이후 후속 논의가 원활하지 않지 않다고 비판했다. 관광산업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인력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고용유지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광서비스연맹은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연말까지 유원업·관광산업 협력업체까지 확대해 적용하고,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고용유지지원금 90%를 기업에 지원하는 등 특단이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3월에 종료되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 연장 문제만 진전이 있을 뿐 추가예산이 필요한 고용유지책은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버스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정 합의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상한제 안착을 위해 격일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선버스 운행이 줄어들고, 노동시간 문제 자체가 사회이슈에서 멀어지면서 합의 이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합의 미이행 쟁점, 노정 갈등 불씨 되나

근로자대표제 개선과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합의도 본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경사노위 의제별위원회인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근로자대표 선출 절차와 방법·임기를 정하는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을, 업종별위원회인 공공기관위원회는 같은해 11월 노동이사제 도입을 포함하는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문’을 도출했다.

문제는 이행이다. 근로자대표제가 대표적이다. 과반수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는 노조를 대신해 해고·노동시간·휴게시간 등과 관련해 사용자와 합의하는 주체다.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중대한 역할을 하지만 선출 절차나 책임 범위 등을 명시한 법 규정이 없다. 회사가 지명한 직원이 역할을 맡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의 허점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내용을 담은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회사 입맛대로 노동시간 유연화를 결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와 관련한 근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노사정 합의와 세부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정부·여당은 노사정 합의를 근기법에 반영할지, 특별법에 담을지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지침에 노사정 합의 내용을 반영하는 임시방편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정 갈등을 촉발할 불씨가 되고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 있지만 여야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여당이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공공부문 산별노조·연맹 내부에서는 여당을 압박하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지난 8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근로자대표제 개선 노사정 합의를 반영한 법안도 내놓지 않고, 관광산업·버스산업에서 본격화하는 고용위기를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 고용위기에 대응하고 노동시간 유연화 피해를 줄일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근로자대표제 개선, 공공부문 사업장의 민주화를 위한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근로자대표제 개선안과 노동이사제가 조속히 입법 될 수 있도록 정부·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