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본부는 모르는 희망퇴직·권고사직?
24일 여행업계 노사에 따르면 약 20%의 시장점유율로 업계 수위를 놓치지 않았던 하나투어는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직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1천명을 감축 대상자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투어는 전체 직원이 2천300여명으로 필수인력 200여명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월 16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고용유지지원금 사측 분담금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고용불안은 가중된 상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이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본사 차원은 아니라지만 인력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본부장이 대상자에게 권고사직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거나 희망퇴직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고지했으니 본사 차원의 인력감축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송현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삼신)는 “하나투어는 본부장이 권고사직을 했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회사가 한 행위로 봐야 하고, 사실상의 구조조정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권고사직 과정에서 직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사직을 강요했다면 직장내 괴롭힘 법률 위반 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력감축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낀 노동자들이 모여 노조를 결성했다. 하나투어노조는 이달 초 설립돼 지난 19일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전국관광서비스노련 소속 박순용 하나투어노조 위원장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인지 소위 ‘먹튀’를 위한 구조조정인지 노동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사측은 충분한 자료나 객관적인 사실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모두투어·노랑풍선·참좋은여행사 등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패키지 여행상품에 대한 전망을 갖고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여행업계 다른 회사와 달리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로 2019년 하나투어를 인수한 사모펀드를 지목했다. 사모펀드가 자회사를 설립하고 호텔·면세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다 재무구조가 악화했다는 주장이다.
업계 2위인 모두투어는 지난해부터 무급휴직과 유급휴직을 번갈아 시행하며 인력감축을 하지 않았다. 김민석 모두투어노조 회계감사는 “교섭대표노조인 노조가 지난해 3월 휴직시기부터 계속 사측과 대화를 이어 오며 노사가 양보와 희생을 통해 고용유지를 최우선의 목표로 협상해 왔다”며 “창업주가 계속 운영하는 회사라는 측면에서도 고용유지에 대한 노사합의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여행업주들 “매출 0원, 올해도 버티기 힘들다”
여행업은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대다수 사업장이 소규모라 폐업이 속출한다. 사업자단체인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등록 여행업체는 1만7천664개였지만 두 달 만에 4천583곳(25.9%)이 운영을 멈췄다. 지난해 9월 기준 여행사 70.6%는 종사자가 1~2명이다. 5명 이상 업체는 15.1%다.
여행업협회는 관광·여행 사업자단체인 서울시관광협회와 ‘여행업 생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최창우 협회 사무국장은 “여행업은 힘든 정도가 아니라 지난해 3월 이후 매출이 계속 0원인 상태”라며 “사업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버티기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피고용자가 있는) 사업주들이 고용유지분담금이라는 정책을 선택해도 매출이 0원인 상태에서 4대 보험 등의 부담을 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이대로라면 여행시장이 살아나도 숙련된 종사자들이 없어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