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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희망퇴직, “‘하나투어다운’ 방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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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70회 작성일 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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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희망퇴직, “‘하나투어다운’ 방법 아냐”
  

‘1위 여행사’ 자부심에 코로나19 버텼는데 … 돌아온 건 인력감축
[인터뷰] 박순용 관광·서비스노련 하나투어노동조합 위원장

‘열린 회사, 강한 회사, 사랑이 있는 회사’ 하나투어가 한때 내세웠던 경영목표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말하는 오늘의 하나투어는 “닫힌 회사, 보이지 않는 회사, 잔인한 회사”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이후 여행사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여행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하나투어도 지난해 6월 무급휴직 카드를 꺼냈다. 그렇게 무급휴직을 이어오던 하나투어는 결국 인력감축의 칼을 빼들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만들어진 하나투어노동조합은 일방적인 희망퇴직을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박순용 한국노총 관광·서비스노련 하나투어노조 위원장을 2월 26일 만났다.


박순용 한국노총 관광·서비스노련 하나투어노조 위원장


아무도 시킨 적 없는
희망퇴직을 ‘유도’한 건 누구?

하나투어는 적자가 쌓여 회사운영이 어려워지자 올해 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인력감축에 나섰다. 각 사업부의 책임자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직원들에게 연락해 희망퇴직 의사를 물으며 압박하기도 했다.

“직원들한테 각 부서장이랑 팀장들이 전화 또는 문자를 해서 ‘희망퇴직에 대해 들었냐. 듣고 나서 네 생각은 뭐냐’고 물어보고, ‘1월 31일까지 합의서를 제출하면 위로금을 주는 걸로 정리하고, 거부하면 회사에서 알아서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대상을 정해놓고 진행을 했던 거 같아요. 2월에도 또 연락이 와서 다시 2월 22일까지 합의서를 쓰면 같은 조건으로 처리해주겠다고….”

하나투어노동조합은 회사의 인력감축 목표를 전체 직원 약 2,300여 명 중 거의 절반에 이르는 1,000명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의사를 물은 건 “수요조사 차원”이라고 언론에 해명했다. 사업부 책임자들이 자율적으로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희망퇴직 합의서’에 당사자가 사인하면 사표로 처리됐다. 사인란은 직원과 본부장 둘뿐이었다.

“경영진들은 매달 직원들에게 글을 올렸거든요. 회사 상황은 이렇고, 어떻게 나갈 것이고. 이런 글들을 매달 올렸는데 지난해 6월 이후로는 글이 안 올라오고 있어요. 경영진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희망퇴직 관련해서 어느 누구도 언급을 안 하고 있어요. 지금도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어요.
그런데 모든 본부가 동시에 했다는 것은 누군가 주축이 됐다는 의미잖아요. 그건 회사가 시켰을 수밖에 없어요.”

누구도 시킨 적 없는 희망퇴직이었지만 누군가는 희망퇴직을 독려했다. 마치 사전에 말을 맞춘 듯 희망퇴직 신청기간도 모든 부서가 같았다. 퇴직위로금 조건도 똑같았다. 10년차 이하 직원에게는 4개월분, 11년차부터 20년차에게는 5개월분, 20년차 이상에게는 6개월분의 기본급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무리하게 사업 확장한 경영자
쫓겨나는 하나투어 노동자

하나투어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전에는 2,300명 직원을 대표하는 하나투어발전협의회(하발협)가 있었다. 1년 기수제로 운영되는 하발협 기간이 종료되면 해당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일정부분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은 하발협 담당자를 찾아가 여러 질문을 했지만 하발협은 답이 없었다. 하나투어노동조합이 하발협에 대해 “독립성과 자주성은 전혀 없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희망퇴직의 바람이 불어왔을 때 회사와 하발협 모두 무심하게도 잠잠했다.

“위로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날 수 있다”는 암시가 여러 번 이어지자, 집에서 대기하며 불안에 떨고 있던 직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하소연을 시작했다. 그 곳에서 노동조합이 시작됐다.

“회사가 직원과 상의해서 고통분담을 하자고 하면 다들 ‘어려운 거 아니까 같이 버티자’는 생각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일방적으로 직원들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하니까 부당하다는 거죠. 지금의 일방적인 상황은 전혀 하나투어다운 방식이 아니에요.
희망퇴직의 배경과 퇴직자 선정이유를 회사에게 듣고 싶어요. 경영 적자폭이 늘어나서 그렇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적자의 규모가 커지게 된 이유가 노동자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리한 경영을 했던 사측은 책임을 졌나요?”

하나투어만 어려운 게 아니다. 여행업 전반이 기나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다.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하나투어 노동자들은 회사가 정상화될 날만을 기다리며 무급휴직 기간을 버텨왔다. 여기에 하나투어는 함께해온 직원들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나투어노동조합이 소통 없는 지금의 상황을 “절망적”이라고 비판한다. 현재 하나투어노동조합이 회사에게 가장 묻고 싶은 건 “왜 희망퇴직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는지”다.

하나투어노동조합은 일방적인 희망퇴직에 항의하며 3월부터 본사 앞 집회에 돌입할 계획이다. 박순용 하나투어노동조합위원장은 “하나투어는 본래 소통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매달 직원들에게 회사 사정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알렸다. 그것이 노동조합이 이야기하는 ‘하나투어다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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