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장복 KT노조 위원장은 “KT의 그룹 재편에 필요한 부분은 협력하겠다”면서도 “일방통행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노조
최장복 KT노조 위원장(56·사진)은 1일 14대 집행부 임기를 시작했다. 공약으로 △복지포인트·자기계발비 인상 △주거·출산·육아지원 확대 △승진적체 해소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재협상 △노사 고용안정위원회 신설 등을 내걸었다. 투표 참여자 1만5천825명 가운데 1만2천936명의 표를 얻었다. 역대 최다 득표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최근 시작한 KT그룹 재편 움직임의 한복판에 임기를 시작한 최 위원장을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 KT 본사에서 만났다.
경영감시 넘어 경영참여하고
IT·통신정책 견인에도 박차
-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새 지도부의 포부와 목표는.
“우선 취임 전 조합원에게 약속한 임금·복지·고용안정·인사 관련 공약을 3년간 실현해 나갈 것이다. 집행부가 시작되자마자 TF팀을 구성해 여러 정책을 하나씩 가동 중이다. 안으로는 경영감시를 넘어 경영참여를 통해 안정적인 조직운영에 힘 쏟고 밖으로는 노동계, IT 관련 조직과 연대해 자율적이고 공정한 통신정책 견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 분야부터 중소업체까지 이미 산업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재택근무·유연근무 등 노동형태 변화도 확산하고 있다. 이런 급박히 변화한 환경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노조도 KT가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 과정에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협력할 계획이다.”
-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동운동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노동운동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경제불황 장기화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 그에 대한 고용불안이 가중됐다. 정부 기조는 돈을 풀어서 실업률을 일정수준으로 관리하고 고용보험 확대로 실업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계속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정부재정,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결코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아무리 돈을 풀고 고용보험 수행 대상을 확대한다고 해도 대규모 사업장 자체가 흔들리면 의존성이 강한 중소기업, 하청업체는 줄줄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하에 일자리가 복구되지 않을 부문의 노동자들이 직업을 바꾸도록 지원하고 장려해야 한다. 위기가 길어질수록 노동의 구조변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노동계도 달라지는 노동시장과 일하는 방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노동운동의 양상도 변할까.
“온라인 활동 노력이 더 필요하다. KT노조는 조직 간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국조직이다 보니 지방본부 위원을 만나기 어렵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화상회의 시스템을 마련했다. 다만 위축이 불가피하다. 노조는 단결과 단체행동이 중요한데 지금 대규모 집단행동을 하면 국민에게 지탄을 받을 우려가 크다. 감염 우려가 있어서다. 어려움이 있다.”
KT파워텔 일방적 매각결정 유감
필요하면 KT파워텔노조와 연대
- KT그룹이 최근 그룹 재편을 선언했다.
“그렇다. 노조에도 협력을 요청해 왔다. 케이뱅크가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난제들이 있다. 최근에는 비통신 분야 협력요청이 있는데, 노조는 조합원 고용문제나 급여 향상을 전제로 양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협력할 부분은 협력할 것이다. KT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도 비교적 잘 견뎠다. 다만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타격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구현모 KT 대표의 비통신 분야 먹을거리 추구도 이런 관점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그래야 계속 존속하고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경영을 혁신하고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을 개선한다는 것에는 응할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에서 노조와 조합원의 동의가 필수다.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개편은 용납할 수 없다. 분명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 최근 KT파워텔 매각문제로 KT파워텔 노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타깝다. 이미 지분 매매계약까지 체결했다. 이런 내용이 노조와 노동자에게 잘 전달되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서 같은 노조위원장으로써 많이 화가 났다. 그룹 경영진에 항의도 했다. 사용자쪽이 타당하고 합당한 이야기를 하면 협력할 의사가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일방통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KT는 아니지만 그룹사 노사 문제를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매우 불편하다. KT파워텔노조와도 만나 합리적 판단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해 보라고, 필요하면 연대하겠다고 했다.”
KT는 지난 22일 무전기 사업을 하는 그룹사인 KT파워텔을 ㈜아이디스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분 매매계약을 마쳤다. 매각대금은 406억원이다. 그러나 KT파워텔노조는 발표 직전인 21일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접하지 못해 매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구현모 KT 사장이 비통신 분야 역량을 중점으로 한 그룹 재편 방침을 밝혀 앞으로도 다른 그룹사들이 매각 혹은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KT그룹의 재편 관련 노사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시급한 정년연장 임기 내 이뤄 내고
공정인사 감시단으로 채용비리 방지
- 내적인 문제를 살펴보자. 지난해 사용자쪽에 정년연장을 요구했으나 무산됐다.
“아쉽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용자쪽은 피라미드식 구조를 두고 높은 연봉을 받는 고령 노동자의 정년을 선제적으로 연장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도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연장을 밀어붙이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기업이 신규고용을 줄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단시간에 풀릴 문제는 아니다. 다만 고령사회에 대비한 정년연장은 피할 수 없는 주제다.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일자리 감소 등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리스크를 줄이면서 임기 내 정년연장을 이뤄 낼 계획이다.”
-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노조 대응도 필요하지 않은지.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김성태 전 의원과 이석채 전 회장이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KT가 잘잘못과 사실을 밝혀 국민과 고객의 성원으로 성장한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사건 이후 KT는 표준매뉴얼을 정해 채용 전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직무에 따른 수시채용과 인턴채용제 등 채용방법을 개선해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노조는 이와 별개로 공정인사 감시단을 신설해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로 혹시 모를 인사 불공정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노조 내 민주동지회가 소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비판 목소리도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주장을 했다. 그래서 그들의 요구도 모르지 않는다. 열어 놓고 대화를 하고 싶다. 다만 KT에 대한 애정도 보여줬으면 한다. 밥벌이를 하는 직장으로서 KT에 대한 고마움도 있다. 이런 부분도 공유하고 싶다. 지금은 다소 관계가 험악해 아쉽지만 같이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사이다. 바람이 있다면 임기를 마치면서 노조와 민주동지회가 모두 현장에서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노력하겠다.”
- 다양한 나눔활동을 노조 차원에서 하고 있다.
“혼자 잘 먹고 잘살면 의미가 없다. 노조의 사회공헌활동은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현재 한국은 전체 노동자의 상위 5%가 노동운동을 주도한다. 영향력이 크지만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은 미미하다. 양대 노총 지도부와 대기업 노조는 기득권이라는 사회의 비판적 인식도 있다. 이대로는 계급 연대가 어렵고 노동계도 성장이 불가능하다. 지역사회에 기반한 사회문제 해결에 노조가 나서는 이유다. 10여년 전 당시 사회의 이슈였던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고 소기의 성과도 내고 있다. 최근에는 취임식을 겸해 의료인력을 지원하는 등 나눔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노조는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건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미약하나마 꾸준히 힘을 보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