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전국연대노조 출범식 

연이은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로 촉발된 택배산업의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노총에도 택배 노동조합이 신설됐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직할 전국단위 일반노조인 전국연대노동조합 산하에 택배산업본부 강원지부가 출범했다고 밝혔다. 택배산업본부는 지난해 12월 4일 상급단체 없이 설립된 전국택배연합노동조합이 올해 1월 24일 전국연대노조 아래 본부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면서 생긴 조직이다. 

임성택 택배산업본부 본부장은 강원지부 출범선언문에서 “작년 한 해에만 열여섯 동료가 일하다 죽었지만 법·제도와 정부 정책은 여전히 택배 산업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스로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살인적인 분류작업, 새벽·심야 가릴 것 없는 배송업무를 단호히 거부하고 더 이상 일하다 죽는 동료가 없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택배산업본부는 강원지부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지부를 설치해 택배노동자를 조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직화된 택배노동자들의 규모를 키우는 택배산업본부의 등장이 현장 노동조건 개선에 힘을 보탤 거란 기대와 동시에 노노갈등을 비롯 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합으로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택배지부(간선차 기사 포함 약 750명)와 서비스연맹 택배노조(약 5,500명)가 있다. 

문제는 두 노조가 택배 대리점과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란 점이다. 복수노조인 대리점에선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쳤다. 이 가운데 택배산업본부의 등장으로 기존 논의가 중단되고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해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택배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인권 문제 심포지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지난 16일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심포지엄 주제발표(‘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 그 현황과 전망’)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복수노조가 신설이 되면 진행하고 있던 단체교섭을 중단하고 새롭게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단계를 거쳐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노동조합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복수노조의 문제가 그다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노동조합 조직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노동조합이 신설되게 되면 기존에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며 “이는 사용자에 의한 단체교섭 거부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택배산업본부는 공식 출범식에서 구체적인 향후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금 택배산업본부는 조직을 정비하고 있는 단계라 공식 출범식은 이르면 다음달 중 진행할 예정”이라며 “규모, 계획 등은 출범식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