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가 올해부터 확대된다. 이에 따라 올해 임금·단체협상 핵심 쟁점으로 ‘시간주권’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사 공동결정제 역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시간주권(time sovereignty)은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포함한 삶의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언제, 얼마나 일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가 노동자에게 있다는 개념이다. 회사의 필요에 따라 매주 노동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지나친 과로와 공짜 야근을 방치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중 언제, 얼마를 노동에 투여할 것인지에 관한 시간주권을 사용자에게 더 많이 넘기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노총 임단투 지침 “노동시간 자율성 확보하라”

3일 한국노총은 ‘2021 공동임단투 지침’에서 시간주권 확보와 유연근무제 오·남용 저지를 올해 핵심 요구안으로 꼽았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근기법 개정으로 모든 유형의 유연근로시간제가 확대됐고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유연한 노동시간 사용과 배분은 노동자 스스로 ‘시간주권 확보’ 맥락에서 결정할 수 있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일의 미래 보고서’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선택·통제권이 확대되면 노동자의 건강과 복지가 증진될 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온다”며 노동자의 노동시간 자율성(시간주권) 확대를 강조했다. ILO는 “정부와 사용자·노동자는 노동 일정과 관련해 노동자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유연성을 확대해 기업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노동시간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올해부터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계도기간이 만료돼 실질적인 노동시간단축에 들어간다. 7월부터는 50명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개정된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도 4월6일부터 시행한다. 한국노총은 사업장에서 유연근로제가 악용되지 않도록 단체협약에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담도록 지침을 내렸다. 재택근무 지침은 △반드시 단체협약을 통한 노사‘합의’로 도입 △위치추적 및 과도한 정보보안서 작성 같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단호히 거부 △근무장소 결정·변경권 및 재택근무 종료·해제권 확보 △재택근무로 발생한 부대비용에 대한 보전을 정해 놓을 것 등이 포함됐다.


‘정의로운 전환’ ‘주 4일제’ 교섭 핵심의제 되나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한 의제도 양대 노총 교섭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기술도입 방안과 결정에 대한 노사공동위원회를 만들고 기술변화에 주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동자학습위원 조직화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스마트기술에 필요한 유급 학습권 도입과 신기술 도입에 수반되는 교육훈련부터 개인정보 보호, 노동시간 결정 등 쟁점에 대해 산별·직종별 ‘디지털전환 현장활동가(노동자학습위원)’를 조직하라는 내용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핵심 요구로 ‘산업전환협약 체결’을 내걸었다. 협약의 핵심 내용은 노사가 공동 결정을 통해 산업전환 대응 계획을 함께 설계한다는 것이다. 노사가 공동 결정할 의제는 △고용안정 및 양질의 일자리 확보 △교육·훈련 △노동안전 및 인권보호 △기후위기 대응 △공정거래다. 협약 이행방안으로 “산업전환 대응계획을 공동으로 결정·집행·점검할 체계와 운영방안을 올해 말까지 결정해 2022년 상반기부터 가동한다”고 명시했다. 이미 현대차에서는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하는 2025년 기술직 인원이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전환에 노사가 공동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국회에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공동결정법 제정도 요구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과 공공의료 확충, 불법의료 근절과 인력문제 해결과 함께 보건의료산업 주 32시간제(4일제) 시행을 내걸고 9월 산별파업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