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본사 앞에서 평사원협의회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노조탄압 목적이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 ‘무노조 경영’ 시절 만들어진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가 노조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기존 노조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노조설립신고를 반려하지 않으면 이러한 방식의 노조탄압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화재노조, 대표이사·평사원협의회장 고소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는 지난 22일 전 직원에게 “21일 노조설립총회를 진행했고 22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를 마쳤다”고 알렸다. 평사원협의회는 메일을 통해 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평사원협의회비 납부 정지와 조합비 납부 급여 동의에 대해 안내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분회장대회를 열고 노조 전환을 추진하기로 결의한 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노조(위원장 오상훈)는 평사원협의회의 노조 전환이 기존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상 ‘친사 기구’였던 평사원협의회가 인적·물적으로 동일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로 ‘전환’할 경우 어용노조로 기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상훈 위원장은 “평사원협의회 회장단 대부분 부서장 이상 직급으로 승진하는 등 인사 특혜를 받고 회사에서 각종 경비지원을 받는다”며 “회사 지원을 받는 동안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으로 임금협상을 하면서 교통보조비 등 복리후생을 일방적으로 폐지하거나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평사원협의회가 노조로 전환할 경우 과반수노조가 돼 삼성화재노조의 교섭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사원협의회 회원은 3천700여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직원 5천800여명의 절반을 넘는다. 평사원협의회는 일부 직급을 제외하고 사원은 자동가입되는 형태다. 삼성화재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을 위해 사측과 3차례 교섭을 진행한 상황이다.
삼성화재노조는 노동부가 노조설립신고를 반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노조는 26일 서울노동청에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와 홍광흠 평사원협의회 회장을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노사협의회를 노조 대항마로’ 삼성 노사전략 여전”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금속삼성연대)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사원협의회는 회사의 실질적인 지원 아래 노조 전환을 추진했다”며 “이는 정당하지 않은 자주적 노조에 대한 삼성의 무력화 작업”이라고 밝혔다. 금속삼성연대는 기자회견 직후 사측에 대표이사 면담요구서를 전달하고 서울노동청을 항의방문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민주노총 소속 조장희 삼성그룹노조대표단 의장은 “평사원협의회의 노조 전환 움직임은 노사협의회를 노조 대항마로 사용하라는 노사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그룹이 2012년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노사협의회를 노조의 대항마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노사전략 문건에는 “평상시 노사협의회가 사원 장악력을 갖도록 전략적 육성 필요” “유사시 친사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마인드와 역량 제고” 같은 내용이 담겼다.
친사 과반수노조가 노동자에게 미칠 실질적 불이익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길수 삼성생명직원노조 위원장은 “삼성생명의 경우 일정 직급 이상은 임금이 오르지 않는 임금상한제가 과반수노조 동의로 만들어졌다”며 “회사의 이익경영이라는 미명하에 복리후생이 가혹하게 삭감된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과반수노조 동의로 합법화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노조 주장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