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금융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과 ‘노동개악’을 막겠다며 손잡았다.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와 사무금융노조(위원장 이재진)는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양대 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두 노조 지부 간부 500여명이 참석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함께해 공투본 출범을 환영했다.

잇따른 금융정책 실패에 “이대론 안 된다”

양대 노총 금융노동자들이 처음 만난 건 2019년 5월 노정협의회다. 문재인 정부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금융권 위기를 함께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금융당국과 양 노조가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노정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정부의 노조 혐오 기조에 금융당국이 눈치 보고 있다는 게 노조 시각이다.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가 공투본 출범에 불을 붙였다.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사태가 대표적이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에도 금융당국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 채권시장이 마비돼서야 50조원대의 자금을 풀었다. 금융당국은 또 흥국생명의 영구채 콜옵션 미이행 선언을 옹호하다가 한국 채권 신뢰가 급락하자 뒤늦게 자금 조달을 도왔다. 두 사건 모두 금융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었지만 금융당국은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위기에 손 놓고 있던 정부가 규제완화 등에는 무리하게 개입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산업 규제완화를 예고하며 만든 금융위원회 산하 각종 TF가 불확실성만 확산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가 선진 사례로 꼽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노동자를 ‘이자 잔치’하는 부패집단으로 몰며 금리인하를 촉구한 것이나, 금융기관에 대선캠프 출신 인사를 내려보낸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양대 노총 금융노동자들은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정책협의 차원의 논의를 공동투쟁본부로 격상했다. 주 69시간제, 노조 회계 공시 등 정부의 노동정책 규탄도 포함됐다.

“윤석열 정권, 금융리스크 진원지”

공투본은 이날 결의문에서 “윤석열 정권이 금융리스크의 진원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출범 직후부터 무능, 무계획, 무대책으로 금융 정책의 실정을 거듭하는 게 바로 이 정권”이라며 “서민들의 삶을 지킬 정책 대안은 내놓지도 않은 채 소수의 재벌과 빅테크 등을 위한 규제완화, 부자만을 위한 감세정책, 수구세력만을 위한 이념몰이 등 혐오와 분열의 파티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 위원장들은 이를 관치금융으로 규정하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국가의 금융 경쟁력이 떨어질 줄 알면서도 오직 선거를 위해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강행하면서 감히 ‘국익’을 얘기할 수 있냐”고 말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이 10%를 넘어선 사실을 지적하며 “당국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 지도부는 공동투쟁 범위를 더 넓혀가자고 강조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양대 노총 사이) 조금의 차이는 거대 적인 윤석열 앞에서 뒤로 해야 한다”며 “공투본 투쟁의 기운을 전체 양대 노총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으로 상승시키자”고 말했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지난해 양대 노총 공공노동자들이 함께하기로 했다”며 “연대의 희망과 불씨를 되살리자”고 말했다.

공투본은 이날 △규제완화 정책 저지 및 금융위 해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퇴진 투쟁을 결의했다. 향후 금융정책에 대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낼 방침이며 구체적 일정은 다음 달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